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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천] 우리편 편향:신념은 어떻게 편향이 되는가?

The Bias that divides us


얼마 남지 않는 대선 때문에 만나는 사람마다 누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지에 이야기가 대화 주제로 종종 등장합니다. 보통은 그냥 자기 의견을 피력하거나, 나에게 누가 되었으면 좋겠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가끔은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가 반드시 대통령이 되어야 하고, 나에게도 반드시 그 후보를 찍으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가는 분들도 계십니다. 혼자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양 당의 극렬 지지자들 1명씩 뽑아서 토론을 하면 이 두 사람은 합의가 가능할까?' 


결론은 대부분이 짐작하시는 바와 같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사람들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누구나 편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심리입니다. 


우리편 편향, 키스 E. 스타노비치, 바다출판사, 11p


아이폰을 매우 매우 사랑하는 소비자와 갤럭시폰을 매우 매우 사랑하는 소비자 1명씩 선발해서 이 두 명에서 '과연 어느 스마트폰이 더 좋은가?'를 토론시킨다고 해봅시다. 아까 주제와 마찬가지로 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의 거의 0에 가깝습니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 의견을 경청하고, 자기 생각을 객관적으로 분석한다면 합의가 가능하겠지만 인간은 애초부터 그게 불가능하게 태어났습니다. 사람은 최소한의 정보로 의사결정을 하려고 합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인지적 구두쇠라는 표현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신발을 살 때 한국의 모든 신발 브랜드를 다 찾아서 선택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정말 좋은 신발을 사려고 한다면 모든 제품의 정보를 얻는 게 응당 맞는 행위지만 우리는 굳이 그런 식으로 의사결정을 하지 않습니다. 나이키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냥 나이키 공식 홈페이지를 가서 마음에 드는 나이키 신발을 구매합니다. 이 과정에서 깔창이 뭔지, 소재는 무엇인지 그다지 크게 고민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애초에 깊은 고민을 안 하고 싶은 소비자는 나이키라는 개인이 신뢰하는 브랜드를 보고 그냥 이게 '옳은 선택이겠지'라고 구매를 결정합니다. 조금 더 그래도 많은 정보를 얻고 싶은 소비자는 나이키, 아디다스, 반스 정도의 브랜드 중에 하나를 선택합니다. 중요한 건 한국 전체 브랜드를 검색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겁니다. 


최소한의 정보로 의사결정을 하려는 우리 인간들은 가장 간단한 방법을 자주 선택합니다. 내편인지 아닌지로 구분합니다. 이건 갑자기 등장한 건 아닙니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편을 가르며 생존해 왔고 '편'이라는 개념을 매우 중요하게 여겨 왔습니다. 전쟁은 항상 내편과 네 편이 싸우는 행위였습니다. 목숨이 달린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부족 간의 전쟁'이라는 단어 또한 내 부족(내 편)과 다른 부족(다른 편)이 싸우는 행위입니다. 


혈연, 학연, 지연을 두고 없애야 할 악습이라고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저는 절대 이런 식의 편 가르기는 인류가 생존하는 동안은 없어지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최소한의 정보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가장 간편한 방법은 내편인지 아닌지로 결정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간혹 혈연, 학연, 지연이 한국에서만 문제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요즘 한국 지역감정이 심각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아프리카 대륙의 부족 간 갈등에 비하면 이건 큰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시대 한국인들은 지역감정으로 서로를 죽이는 행위를 하지는 않습니다. 아프리카 빈곤의 문제가 유럽인들이 부추긴 부족 간 갈등이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도 그다지 놀라지 않았습니다. 세상의 많은 일은 편 가르기에서 시작되는 게 대다수 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스포츠를 좋아합니다. 영국이나 스페인에서 축구는 열광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 스포츠의 기본 구조는 내편과 다른 편이 경쟁을 하는 구도입니다. 인간들이 늘 하는 편 가르기입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응원하는 팀의 승리에 같이 기뻐하고, 패배에는 같이 슬퍼합니다. 정도가 심해지면 훌리건으로 변하게 되어 많은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가짜 뉴스가 문제라고 이야기하는데 이것 또한 절대로 해결되기 힘든 문제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지지하는 편이 아닌 쪽에서 나온 정보는 가짜 뉴스라고 판단합니다. 다들 사실과 진실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편을 지지하는 정보일 때만 그렇습니다. 


우리편 편향, 키스 E. 스타노비치, 바다출판사, 16p


재미있게도 우리 편 편향은 학력 수준이나 높은 지능을 가진 사람들은 오히려 더 편향적인 의사결정을 할 확률이 높습니다. 이들은 높은 교육 수준과 인지 성숙도 때문에 본인은 다른 사람보다 덜 편향적인 판단을 한다고 믿습니다. 가끔 불법적인 다단계에 빠진 소위 엘리트 계층이라 불리는 변호사, 의사나 명문대 출신을 볼 때 '어떻게 저렇게 많이 배우고, 똑똑한 사람이 저런 걸 믿고 따르지?'라는 의문은 우리 편 편향으로 쉽게 설명이 됩니다. 


우리편 편향, 키스 E. 스타노비치, 바다출판사, 117p


MZ세대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이전 세대에 비해서 조직 충성도가 낮고, 워라벨을 중시하고,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한다고들 이야기합니다. MZ세대라는 단어는 편을 가르는 표현입니다. 다 같이 같은 회사라는 곳에 모여서 조직 구성원으로 일을 합니다. 하지만 윗사람들이 보기에는 본인들이 젊었을 때처럼 일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그냥 편하게 편을 가르게 됩니다. '같은 회사 소속이지만 넌 MZ 세대야. 우리와 다른 편이야'라고요. 세대 간의 갈등 또한 편 가르기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본인 이익을 우선시하는 건 당연한 본능입니다. 이전 세대야 회사만 열심히 다녀도 본인을 위한 집 장만이나 여윳돈 마련이 가능했습니다. 이전 세대가 회사라는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월등히 더 높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본인 이익을 위해서 회사에 충성했을 때 평생직장이라는 개인적 보상이 이어졌기 때문에 충성도가 높게 보였을 뿐이라 생각합니다. 


혈액형이나 MBTI로 타인을 이해하려는 심리가 정확히 인지적 구두쇠인 인간의 특징을 보여주는 모습입니다. 매번 타인의 행동을 볼 때마다 이해하고 분석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혈액형 특징이나 MBTI로 바라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 아이는 MBTI가 저래서 나서는 걸 좋아해' 얼마나 편한 표현입니까? 그 사람의 의사결정을 이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야근 수당을 준다고 해도 늦게까지 일을 안 하겠다는 젊은 직원을 이해하기보다 '저 아이는 MZ세대야'라고 편을 갈라서 생각하는 게 수월합니다. 굳이 불러서 이유가 무엇인지, 우리 회사에서 어떻게 성장하길 바라는지 물어보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안 해도 되기 때문입니다. 스타트업에서 자발적으로 밤늦게까지 일하는 MZ세대도 있습니다. 이건 단순히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같은 특징을 가진 젊은 세대를 이해하기보단 MZ 세대로 단순히 편을 가르면서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2016년 콜린 캐퍼닉이 경찰의 흑인 과잉 진압에 항의하는 의미로 경기전 국민의례에서 기립하지 않고 한쪽 무릎을 꿇어서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2년 뒤 나이키는 이 선수를 광고 모델로 기용했습니다. 당연히 미국 내에선 논란이 되었습니다. 일부 미국인들은 나이키 불매 운동을 하고 나이키 제품을 불태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나이키는 여전히 굳건히 스포츠 시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오히려 나이키가 단순한 스포츠 브랜드를 넘어서서 우리 편이라는 생각을 소비자에게 심어줬습니다. 브랜드가 하나의 양심을 가진 인격체처럼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브랜드 액티비즘'에 기업들이 점차 더 관심을 갖는 건 단순한 소비자에서 나를 지지하는 내편을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브랜드가 소비자의 본성을 바꾸는 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편을 가르는 인간의 본성에 편승해서 마케팅 캠페인을 펼치는 건 보다 용이합니다. 인간이 어쩔 수 없이 가지게 되는 편향을 나쁘게 이용하자는 게 아닙니다. 고객에게 진짜 도움 되는 제품을 만들어 제공하겠다는 선한 의지로 소비자를 내편으로 만들 방법을 고민하자는 겁니다. 


심리학자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받는 대니얼 카너먼의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이라는 책은 생각의 종류를 2가지로 분류를 합니다. 하나는 생각의 98%를 차지하는 빠른 생각입니다. 자동적으로 생각을 하게 되는 걸 말합니다. 친한 사람들을 만나면 바로 인사를 한다거나, 퇴근 후 집을 자연스럽게 찾아갈 때 일어나는 생각입니다. 오랜 고민이 필요 없는 생각입니다. 


다른 하나는 생각의 2%를 차지하는 느린 생각입니다. 합리적, 논리적, 의식적, 합리적이거나 성찰적인 생각입니다. 별로 안 친한 사람을 만나면 인사를 할지 말지 고민을 하게 됩니다. 평소 자주 가지 않던 곳을 찾아가면 이전 기억을 계속 떠올리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고객을 내 편으로 만들면 내 브랜드를 재구매할 때 빠른 생각 즉, 고민 없이 바로 결제를 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또 다른 장점은 브랜드 팬덤이 생겨나게 됩니다. 그리고 내 브랜드가 내 편이라고 생각하게 되면 자발적으로 내 제품을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게 됩니다. 그것도 아주 강력하게. 


우리편 편향, 키스 E. 스타노비치, 바다출판사, 162p

저는 심리학 전공자가 아니라서 책을 읽는데 쉽게 익혀지지는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편을 가르면서 어떻게 사고하는지 궁금하시다면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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