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꿈이 남긴 여운
나는 설레는 마음에 모처럼 새 옷을 입었다.
오랜만에 서울에 갔다.
회는 입에 대지도 않는 나지만, 회를 먹었다.
고급 일식집이었고 나가사키 짬뽕도 먹었다.
비싼 소주를 마셨고, 눈앞에는 그녀가 있었다.
마치 첫사랑 그녀처럼. 아니 그때보다 이쁘다.
그녀는 검은색 블라우스와 흰색 치마를 입었다.
술을 마시며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얘기했다.
시간이 흐르는 게 아까워, 시계를 쳐다봤다.
그 시간은 영원 같기도 했고, 찰나 같기도 했다.
횟집이 끝날 때까지 그녀와 대화의 꽃을 피웠다.
우리는 자리를 옮기기로 한 뒤, 잠시 산책했다.
맥주집에서 하이볼을 마셨다.
우린 다시 연인을 만난 것처럼,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손을 잡고 몸을 맞댔다.
그렇게 그날 밤, 그녀 곁에서 잠이 들었다.
눈을 떠 보니, 꿈이었다.
꿈은 너무 선명해서, 내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 여운을 잊느라 며칠 앓았다.
심신이 다 아프고 슬프고 외로웠다.
이제 괜찮아지겠지만 아직 눈물이 난다.
여운을 잊고 싶지 않아 눈물이 나는지,
여운을 잊지 않으면 살 수 없어서인지
지금은 모르겠다.
이 꿈을 또 꾸기 싫지만, 꾸고 싶기도 하다.
아팠다. 아프다. 아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