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그 건물이 사라지고 높은 건물이 들어선 곳에, 예전 건물 지하에서 알바를 했었다.
스무 살 쯤이었고 그 집은 '민속주점'이라 불리는 술집이었다. 상호는 아쉽게도 잊었다.
기억 속에는 한 달 꼬박 일하면 60만 원 정도 받았던 것 같다. 주점은 부부가 운영했다.
50대 후반이나 60대 초반이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분들에게 나이를 묻지 않았다.
어느 날 남자 사장님이 내게 물었다.
"너 동암에서 장사가 제일 잘 되는 곳이 어딘지 알아?"
"네?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맞은편에 마일드치킨이라고 있어. 밖에서 보면 장사가 될까 싶은데, 안에 들어가면…"
"장사가 얼마나 잘 되는데요?"
"저기 하루에 닭이 몇 마리 팔릴까?"
"한 100마리 팔려요?"
"600. 하루에 600마리를 튀겨."
"와… 그럼 그게 얼마예요?"
"한 번 가서 먹어봐. 그럼 알 거야."
쉬는 날. 친구들과 마일드치킨에 가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
후라이드치킨 양념치킨 밖에서는 테이블이 4~5개 보였는데, 그 안에는 30~40개 테이블이 더 있었다.
재밌었던 건, 다방처럼 꾸며진 실내였다. 다방 소파에 조금 낮은 테이블.
치킨 한 마리가 9천 원이었나, 1만 원이었나 기억이 확실하지 않다.
후라이드치킨, 양념치킨이 골고루 맛있어 동암에 오는 친구들에게 전부 소개했다.
동생에게도 알려주고, 그렇게 제일 자주 가는 치킨집이 됐다. 골뱅이소면도 맛있다.
사실 제일 맛있는 건, 양배추 샐러드일지도 모른다. 케첩과 마요네즈로 버무린.
양배추 샐러드와 '반반 무 많이'에 무 어쩌면 민속주점 사장님은 내게 마일드치킨을 알려준 걸 후회했을지도 모른다.
친구들을 그곳으로 데려가지 않았으니까.
민속주점은 내게 마일드치킨을 소개하려고 있었던 집인지, 금방 없어졌다.
이렇게 20여 년 전부터 다니던 마일드치킨은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금은 함께 드나드는 사람들이 바뀌었지만 맛과 그 모습은 그대로다.
다방 소파가 사라지고 조금은 더 세련된 책걸상으로 바뀌긴 했다.
요새도 마일드치킨에 가면 양념반, 후라이드반을 시키고 골뱅이소면을 주문한다.
골뱅이쫄면 친한 후배 하나는 "가끔 마일드치킨이 당겨서 먹으러 가고 싶다"고 말한다.
마일드치킨에 가면, 이 후배가 생각난다.
반가운 사람, 가까운 사람, 좋아하는 사람이 온다면 마일드치킨에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