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울려 퍼지는 공간

오디움에서 만난 순간

by 청아연

어떤 경험은 백번 보는 것보다 단 한번 듣는 것이 더 오래 남는다.


지난 주말 다녀온 서초구의 박물관 '오디움'에서 만난 순간이 딱 그랬다.

이곳은 오디오의 역사와 시대의 흐름에 따른 발전을 보여주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그 소리를 직접 겪을 수 있게 하는 체험형 박물관이었다.

백 번 보게 만드는 게 아니라 한 번의 청음을 통해서 관객의 마음에 닿는 순간을 만든다.

그 의도와 구성만큼은 만점에 가까운 공간이었다.


입장시간이 되면 전문 도슨트님과 함께 1950년대부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설명이 시작이 된다.

'왜 오디오가 발달이 되었는가?'

'최초의 오디오는 어땠는가?'

한 번도 의문을 갖지 않았던 것에 대해 천천히 흐름에 따라간다.


다양한 스피커와 오디오가 놓여 있는 공간.

의자가 있는 자리에는 어김없이 청음 하는 시간이 함께한다.

조명이 천천히 어두워지고 70년 전의 기술로 만들어진 오디오에서 나오는 소리가 울림과 함께 귀에 닿는다.

음악이 흐르는 그 순간만큼은 그 시대, 그 공간 가운데에 서 있는 느낌이다.

도슨트를 함께한 20명 남짓한 관객들은 작은 소음 하나 없이 모두가 같은 것에 집중한다.

나 역시 혹시라도 내 숨소리가 커질까 걱정에 괜히 더 조심하게 되었다.


청음의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다.

음악 소리는 점차 줄어들고

조명이 켜지는 순간에도

움직이는 관객은 아무도 없었다.

음악이 떠난 자리에

감상에 잠긴 사람들만이 남아 있었다.


이 전시에서 오래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도슨트였다.

우리는 하나의 취미에 깊이 빠져있는 사람들을 오타쿠라고 놀리곤 한다. 그런데 그 집착이 누군가를 감동시킬 만큼 완성되어 있다면 그건 더 이상 놀림의 대상이 아니다.

설명 중에서 '박물관의 창업자와 이 오디오를 30년 전에 찾았다.'라는 부분이 있었다. 적어도 이 분은 30년 전부터 오디오를 사랑해 온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설명하는 내내 관객들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어 하는 마음과 더 자랑하고 싶어 하는 표정이 보였다.

그 모습이야 말로 취미가 일이 되어버린 말 그대로 '덕업일치'가 아닌가 싶다.

오래된 오디오들이 창업자와 도슨트의 애정이 담긴 물건들로 그때부터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을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만큼 멋진 건 없을 것이다. 나는 아직 그걸 해본 적이 없어서 모른다.

내가 좋아했던 일은 전부 돈이 안 되는 일들이었고 먹고사는 일 앞에서 늘 돈 버는 자리만을 찾아다녔다.

도슨트님은 30년 전 그 오디오를 찾았을 때 지금까지도 이 취미를 사랑하고 있으리라 생각했을까?

내 오늘이 내가 찾고 있던 좋아하는 일의 처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는 음악만큼 빠르게 끝이 났다.

음악이 끝난 공간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앉아 있던 건 나였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끌고 밖으로 나오자 두 시간 남짓 잊고 있었던 추위가 다시 찾아왔다.

귀에 들리던 소리는 사라졌는데 내 머릿속에는 그 음악이 아직도 울리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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