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 <일각서점>
한 겨울의 용산, 골목 사이로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멈출 곳을 찾아다니는 쓰레기와 기능을 잃고 누워버린 입간판들이 남아 있었다.
거리에 그 많던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갈 곳을 정하지 못한 이들만이 각자의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핸드폰을 쥔 손이 감각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걸음이 빨라지면서 주변의 풍경이 빠르게 지나갔다.
위치를 찾아본 지 세 번째, 아직 기능을 유지하고 있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일각서점>
'올라오시면 다른 세계! 구경 오세요!' 라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계단을 하나씩 올라갈수록 바람이 잦아들었다. 위로 향하는 내내 포스터, 레터링이 길을 안내해 주었다.
서점 문이 열리는 순간, 좁은 입구가 보였다. 옆에는 계산대, 반대쪽 창가에는 일력과 오브젝트들이 가득 차 있었다. 서가가 있는 곳은 조금 더 안쪽이었고 그 안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한눈에 들어오는 공간 정면에 많은 그림책이 자리 잡고 있었다. 서점의 가운데에는 책방지기의 메모가 가득한 책들이 놓여 있었다. 그 옆은 통로가 좁아서 사람이 서 있으면 뒤로 지나갈 공간이 거의 없었다.
서점의 문이 열리고 한 가족이 들어왔다. 순간 서점의 온도가 내려갔다가 금방 제자리를 되찾았다. 둘 뿐이던 공간이 어느새 사람들로 가득해졌다. 가지런히 놓여있던 책들 사이 메모를 천천히 읽어봤다. 몇 권째 살펴봤을까? 햇빛이 서점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책방지기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골라놨던 그림책을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아까는 보지 못했던 책상에는 책들과 오브젝트, 사진이 뒤섞여 있었다.
"원래는 책을 포장해 드리는데, 이 책은 커서 포장이 안돼요."
서점을 나서는 내 손엔 바닷가에 앉아 책을 보는 소녀가 그려진 포장지와 큰 그림책이 들려져 있었다. 계단을 내려오며 구석에 놓인 인센스 스틱이 보였다. 내려가는 동안 같이 내려가던 온도가 잠시나마 올라갔다.
밖으로 나와 잦아든 바람 사이로 들어섰다. 용산역으로 걸어가는 길에는 멈춰서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큰 경적 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멀리 '일각서점'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