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안에 정원 있어요!

파주시 <사적인 서점>

by 청아연

운전을 시작하고 한 시간째, 번화가를 건너 음식 냄새가 풍기던 골목을 지났다. 전 날에 과음한 덕분에 구불거리는 길이 유난히 길다. 인적이 드물어지고 단독 주택들 끝에 홀로 선 건물이 보인다.


크지 않은 간판에 ‘사적인 서점’이라 적혀 있다.

첫 손님인 줄 알았던 서점 앞 주차장에는 이미 차들이 가득했다. 주차장에 내려서 서점까지 짧은 거리, 바람은 여전히 강하게 다가온다. 차가워진 공기에 자연스럽게 옷깃을 여몄다.


간판 뒤 계단을 내려와서 입구에 들어섰다. 가볍게 열린 문을 넘어선 곳에는 은은한 종이향이 났다. 작게 책 넘기는 소리만이 간간이 들려왔다.


서점 안, 그 속의 중정에 시선이 멈췄다. 덜 녹은 눈과 말라 붙어버린 수국, 그리고 키가 큰 대나무 몇 그루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중정 앞 테이블에는 낮은 높이에 책들이 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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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가 달라지자 움츠러들었던 몸이 펴지고 주변을 살펴볼 여유가 생겼다.

주 서가의 책들은 빈틈없이 가득 차 있었다. 그중에 한 권을 꺼내 펼쳐봤다. 공간에 은은하게 퍼지던 종이향이 순간 내 코로 밀려들어왔다. 다시 책을 돌려놓자 비었던 공간은 그 자리를 되찾았다.


두 걸음 물러서자 서가의 한편이 한눈에 들어왔다. 가득히 차 있는 책들 속에 간간히 빈 공간도 보였다.

계산대를 지나서 안쪽을 바라보자 편해 보이는 의자들에는 이미 주인이 있었다. 돌아 나오니 서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책을 드니 이 공간에 책을 넘기는 소리가 하나 더 생겼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내 손에는 세 권의 책이 남았다. 그중 한 권은 다른 공간을 찾아서 떠나보냈다.

발걸음을 돌려 계산대로 향했다. 미소와 함께 포장된 책을 건네받았다.

공간을 뒤로한 채로 계단을 걸어 올라왔다.


차에 타기까지 짧은 시간, 몸은 따뜻했는데 바람은 아직도 차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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