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달팽이 책방>
6월이 끝나가던 어느 날, 아침부터 햇빛이 무섭게 달려들었다.
자동차에 시동을 걸었다. 익숙하게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했다.
4시간 10분
343km
<안내를 시작합니다>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길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포항이었다.
양평
내려가는 길에는 유독 화물차가 많았다.
제한 속도 밑으로 점점 떨어지고, 핸들을 두드리는 손가락이 빨라졌다.
여주
충주를 지나갈 때 휴게소에 들렀다. 빈 손으로 갔는데 차에 돌아올 땐 통감자가 있었다.
내가 가야 할 방향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문경
문경의 긴 터널을 지나 밖으로 나오자마자 빗방울이 보였다. 와이퍼가 움직이는 소리가 점점 빨라졌다.
상주에 가까워졌을 때 차들이 점점 느려졌다. 비상 깜빡이도 보이기 시작했다.
포항에 도착했을 때, 빗줄기는 약해져 있었다. 하늘을 바라보니 먹구름이 가득했다.
늦은 점심을 먹고 나와서 차로 향하는 길에 문을 열고 있는 서점을 발견했다. 책방지기가 서점 앞을 정리하고 있었다. 창문 안으로 자동차의 의자보다 안락해 보이는 의자가 눈에 들어왔다.
달팽이가 그려진 건물 입구에는 포스터가 다양하게 붙여져 있었다. 문을 밀고 들어갔다. 눅눅했던 공기가 사라졌다.
창가로 가자 밖으로 사람들이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밀크티 따뜻하게 한잔 주세요."
차가 나오기까지 서점 안을 돌아봤다. 많은 책들 사이로 다양한 크기의 달팽이 인형들이 보였다. 서점의 안쪽에는 여행자의 시선이 찍혀있는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다.
읽을 수 있는 책을 챙겨 다시 창가로 돌아왔다. 자리에 놓인 차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
'투두두둑'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강해졌다. 소리가 잦아들기 시작할 때쯤 몸을 일으켜서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로 가는 짧은 순간 벽에 붙은 누군가의 흔적이 보였다.
따뜻한 밀크티와
차가운 밀크티가
같은 온도가 될 때까지
잘 놀다 갑니다.
나오며 그 흔적을 다시 봤다. 자리로 돌아와서 앉았다.
책은 아직 절반이상 남아있었다. 창 밖은 아직 밝았지만,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내 앞에 놓인 밀크티에서 더 이상 김은 올라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