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2. 게스탭의 하루 - 1

by 글짓는쩡


청소는 즐거워?


나는 샤워나 청소로 스트레스를 푼다. 몸을 움직여 무언가를 털어내고 정리하다보면 잡생각이 사라지고, 청소가 끝난 후 깨끗해진 공간을 보면 뿌듯하고 보람차다.

요즘에야 몸이 힘들다는 둥 바쁘다는 둥 핑계를 대며 청소하는 횟수가 부쩍 줄었지만 여전히 청소는 나를 개운하고 즐겁게 하는 일 중 하나다.

그래서 객실 청소와 입실 안내, 이 두 가지로 이뤄지는 게스트하우스 스탭(이하 게스탭) 생활이 전혀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제나 현실은 상상을 배반하는 법!

게스트하우스(이하 게하) 청소는 정말 만만치 않았다!


게스탭의 일과는 어떻게 보면 단순하다. 객실 청소와 입실 안내. 크게 이 두 가지로 볼 수 있을텐데 게하마다 편차는 있다. (추후 외전에서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해보자)

우리 게하에서는 조식 준비로 게스탭의 하루가 시작된다. 준비된 음식을 세팅만 하면 되므로 어렵진 않지만 조식 당번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

조식 후 게스트가 퇴실하고 나면 청소 모드에 돌입한다. 청소를 빨리 끝내면 그만큼 길게 쉴 수 있기 때문에 게스탭들은 부지런히 움직이는데, 게스트가 퇴실시간을 지켜주지 않으면 부득이하게 청소시간이 늦춰질 수밖에 없다.

(하루쯤, 나 하나쯤이라고 생각하며 퇴실을 늦게 하면 그만큼 게스탭의 휴식 시간을 앗아가는 것이 되니 게하를 이용할 땐 이용 수칙을 꼭 지키자ㅠㅠ!)


객실 청소의 복병은 뭐니뭐니해도 욕실 청소다. 내가 있던 게하는 깔끔한 사장님이 계셨기 때문에 청소를 꼼꼼히 체크하시는 편이었고, 그래서 욕실 청소도 허투루 하지 않았다.

나는 매니저로 갔기 때문에 담당 구역이 달라 객실 청소는 자주 하지 않았는데, 이따금 게스탭이 비는 날 대신 청소를 하면 아주 녹초가 되곤 했다.

오전에 게스탭들이 객실 청소를 하면 나는 로비와 야외를 청소하고 분리수거를 도맡았다. 내가 있던 시기는 4월부터 10월까지로 한창 더울 때였는데, 다행히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위를 덜 타는 편이라 빨빨거리고 야외를 돌아다니는 일이 그리 힘들지 않았다. 피부는 엄청 탔지만 ‘더워 죽겠다 헉헉’ 이러진 않았달까.

만약 게스탭 중 누군가와 나의 청소 구역이 바뀌었다면 나는 체력이 딸려서, 그 사람은 더워서 둘 다 죽었을지도.



아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버린 님이여


게하 청소는 알바 경력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이라면 무리 없이 해낼 수 있는 수준이다. 물론 게하마다, 사람마다 편차는 있다.

함께 했던 게스탭들을 돌아보면, 초반에는 익숙하지 않아 허둥대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번개처럼 해치우기에 썩 할 만한 줄 알았다. (청소시간에는 나도 청소하느라 다른 게스탭들이 어떻게 청소하는 지 볼 겨를이 없다)


그런데 생각보다 엄청 빡셌던 걸까. 언젠가 게스탭 생활을 하러 왔던 한 남자가 청소를 한 번 해본 후 바로 짐 싸서 돌아간 일이 있었다 (!)

그 남자는 몇 달간 제주살이를 하려고 내려와 있던 사람이었는데 살던 쉐어하우스에서 나오게 되어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고 있었다. 쉐어하우스나 아르바이트, 게스탭 등을 다양하게 고려해 보다가 우리 게하에 지원하게 되었는데, 막상 게하에 와서 청소를 해보니 맞지 않았는지 부랴부랴 짐을 싸서 떠났다. 정말 점심도 먹지 않고 바로 떠났다.

나도 다른 게스탭들도 사장님 내외분도, 게하 식구 모두 벙쪄버렸다.


일손이 급해 도착한 날 바로 일을 시작한 게 무리였던 걸까? 스탭룸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까? 청소가 생각보다 힘들었던 걸까? 게하 식구들이 마뜩찮았던 걸까?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순 없지만 뭐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 싶다.


명심하자. 게스탭일은, 특히 몸을 써야 하는 일들은 욕이 나올 만큼 힘들진 않지만 그렇다고 결코 쉽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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