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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깡통로봇 Aug 28. 2022

한밤중의 소방 연습

요란스레 벨이 울리더니

“지금 화재가 발생하였습니다.

주민 여러분께서는 신속히 계단을 이용하여 대피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급한 목소리의 안내방송이 연속으로 벨소리와 겹쳐 울려 나왔다.     


상황 파악할 새도 없이

집안 방문을 다 열어 가족들을 불러 모으고

수건에 물을 적시고

휴대폰과 차키만 챙겨

문을 여는데

문이 잘 열리질 않는다.

당황하여

다시 힘을 주어 세게 밀어내니

바람을 밀고 열리듯 묵직하게 열린다.     


방화문을 열고 계단으로 빠른 걸음으로 뛰듯이 내려가지만

계단 층수는 아주 더디게만 줄어들고

위아래, 사람들 이동 소리가 심장 박동처럼 울린다.


10여 층을 내려가고도

아직 남은 층수가 더 많으니,

연기가 오르지 않음을 다행으로 여기며

내려오고 있냐는 앞서 내려가는 아들의 걱정을 들으며

젖은 수건으론 얼굴을 닦으며

자꾸 뒤처지는 아내의 손을 잡아끈다.      


현관문 밖으로 내려가니

먼저 내려온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어디서 불이 났대요?”

“저기 연기가 나는 건가요?”

“소방서에 신고는 했대요?”     


서로 놀라서 뛰어 내려와서 누구도 답하지 못할 물음을 쏟아내는 건

이 한밤중에 닥친 상황에 대한 당황스러움 때문이다.     


앵앵 소방차 비상 경고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빨간 비상등이 번쩍번쩍 거리며 소방차들이 들어오고, 산소통을 진 소방관들이 방화복을 입고 우르르 몰려온다.

‘엄청 빨리 도착한다’고 생각하는데, 소방관들이 발화가 이루어지는 곳을 찾는다.      


다들 어수선한 우왕좌왕 중에  

관리 사무소에서 비상벨이 울린 곳을 확인한 모양이다.

소방관들과 들어가서는 닫혀 있는 집의 주인을 불러대고

연락이 되질 않다가 결국은 오작동으로 판명이 난 10여분의 시간.      


소방관들이 오작동으로 판명된 것을 설명하며 주민들을 안심시키고 집으로 들어가도 좋다는 것을 알리고는 철수를 한다.           



#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      


남 1 : 와, 23층 정말 많이 내려가네요?

여 1 : 근데 수건을 누가 적셔서 나왔어?

남 1 : 아까 나오라는 말을 듣고 바로 화장실에서 적셔서 나왔어요.

여 2 : 순발력 있게 잘했는데~

여 1 : 난 휴대폰하고 차키만 챙겼는데, 일단 그것만 있음 연락도 되고 움직일 수도 ~

여 2 : 근데 진짜 불나면 연기 퍼지기 전에 내려갈 수 있을까?

남 2 : 방화문만 닫혀 있으면, 신속하게 이동하면 될 것 같은데 ~

남 1 : 놀랐었나 봐, 아직도 마음이 진정이 잘 안돼.


불안한 마음이었다가 허망한 마음이었다가 다행스럽다 위안하다가,

한 밤중의 활극처럼 느닷없이 이루어진 소방 연습

잠시 잊었던 더위가 훅 밀려왔다.                




(* 더위에도 무겁고 더운 복장으로 움직이던 소방관들에게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 이미지 출처 : Pixabay ( by Claudi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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