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 정말 중요한 것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심장이 벌렁거리는 경험은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두려운 감정이었다.
그날 미친 사람처럼 집과 길을 뒤지며 내가 간절히 바랬던 것은 아이가 나와의 약속을 기억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틈만 나면 서로 확인하는 약속이 있었는데 그것은 길을 잃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할 지에 관한 것이었다.
길을 잃으면 멈춰, 엄마가 찾으러 갈 거야.
찾으러 다니지 말고 엄마가 다시 그곳으로 갈 때까지 멈춰서 기다리라는 이야기를 늘 입버릇처럼 해왔다. 그리고 그 기억의 끝에 박시가 그림처럼 서 있었다.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자기 자전거를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보니 다시 숨이 쉬어졌다.
아이를 안아주며 잘했다고 그렇게 서있으면 된다고, 무서웠을 텐데 어떻게 이겨냈냐고, 이렇게 다시 만나서 다행이라고 말하는 내 품에서 박시는 펑펑 울었다.
무서웠단다. 엄마가 안 올까 봐 걱정됐단다. 엄마가 약속을 안 지키면 어쩌지 하며 불안했단다.
난 어려서부터 길을 잃어버리는 것이 정말 무서웠다. 방향치에다 주의를 기울이는 능력까지 부족한 나는 학교 소풍 때도 길을 잃기 일쑤였고 그런 나를 친구들은 열심히도 챙겨줬다. 하지만 혼자 길을 나서는 날이면 언제다 긴장을 늦출 수 없었고 이런 긴장은 꿈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고민이 많은 날이면 늘 꾸는 꿈. 바로 길을 잃어버리는 꿈이다. 혼자 길을 헤매며 약속 시간 안에 도착하지 못할까 봐 발을 동동 구르는 꿈을 꾸는 날이면 두려움과 답답함에 진을 다 뺀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길을 잃어버리는 꿈을 꾸지 않는다. 정확히 얘기하면 길을 잃어도 두려워하지 않고 길을 찾기 위해 애쓰는 꿈, 짜증이 나긴 하지만 내가 반드시 길을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는 나를 만나게 됐다.
나는 이 꿈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 분명히 알고 있다. 40세 이후에 내게 생긴 선택의 기준, 삶의 방향을 잃지 않는 법, 소신을 얘기하고 비난에 덜 흔들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들이 만들어준 기적이다.
내가 만나는 청년들은 '제가 길을 잃은 것 같아요'라는 말을 자주 한다. 청년들은 두려운 마음에 무작정 자격증을 따고 취업을 위해 달리고 있었다. 스펙을 손에 쥐고 있으면 다시 내 길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진 채로...
하지만 아주 긴 시간이 지난 후에 청년들이 알게 되는 것은 손에 쥐고 있었던 것이 길을 찾아주는 나침반이 아니라 커다랗고 무거운 돌덩이라는 것이다.
길을 잃은 순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자리에 서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고 행복할 수 있는 방법, 나를 지치지 않게 해 줄 삶의 가치,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의 모습들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짜 내가 나를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회사 다니고 있는데, 공부하는데 나만 멈춰있으면 뒤쳐질까 봐 두려울 수 있다. 하지만 회사 다니고 스펙을 쌓고 있는 중에도 두려움은 계속된다. 게다가 그 두려움은 마지막까지 사라지지 않을 두려움이다.
길을 잃지 않는 인생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애쓰며 두려움에 떠는 내가 아니라( 지금 내가 서 있는 길도 내 길이 아니었을 수 있으므로) 길을 잃더라도 언제든 내 길을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