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 효과 봤어요?

놀면 성공한다는 확신을 원하는 부모들

by 한희


학부모 연수에서 어떤 학부모가 질문을 했다.

“아이에게 놀 수 있는 시간을 주셨다고 했는데. 그래서 효과가 있던가요?”


어떤 효과를 얘기하는지 잘 모르겠다. 내 아이가 10명 정도 된다면 또 할 얘기가 많았을지 모르지만 난 13살, 4살 아이의 엄마일 뿐이라...

심심할 시간을 많이 주고 강제로 무언가를 많이 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볼 수 있었던 모습들은 있다.

박시는 심심하면 피아노를 친다. 피아노 학원을 오래 다니지 않아서 양손 치기를 잘 못하는데 유튜브를 보며 3~4시간씩 좋아하는 노래를 연습한다. 피아노를 칠 수 있어야 해서 악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노래를 연주하고 싶어서 피아노를 연다. 그래서 칠 수 있는 노래는 자기가 좋아하는 게임의 주제곡과 가요 한곡뿐이지만(그것도 다 완주는 못한다. 지금도 연습하는 노래들) 칠 때는 매우 진지하다.

박시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혁신학교에 다니고 있는 박시는 방학숙제가 거의 없어서(일주일에 일기 3편, 원하는 책 읽기) 원하는 과제를 할 수 있다. 4학년 때 아이는 한참 자동차에 빠져 있었고 스포츠카만 20여 장 정밀묘사로 그려서 냈다. 지금도 그 그림들은 보물처럼 보관하고 있다. 지금은 극사실주의 그림에 빠져서 유튜브를 보며 혼자 연습하고 또 연습을 한다. 그리고는 2~3일에 거쳐 그린 놀라운 그림들을 하나씩 보여주곤 한다.



피아노를 치고 그림을 잘 그린다는 얘기가 아니다. 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다 하고 싶은 것이 있는 거 아니냐고 반문한다면 난 그렇지 않다고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다. 내가 강의와 워크숍에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은 하고 싶은 것이 없었다.


지금부터 하려는 얘기는 정말 중요하고 걱정되고 어떻게 보면 비관적이기까지 한 이야기다.

난 여러 연령의 사람을 만나는 일을 한다. 청소년, 청년들과는 진로와 자신을 발견하는 일을 하고 있고 성인들과는 정체성을 찾고 자신만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한다. 이 일을 하지 않았다면 세상이 중요하다고 얘기하는 것을 얻기 위해 나도 뛰어다녔을 것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가득해서 아이를 위해 수많은 학원 문을 두드렸을 테고 좋은 학교와 이름 있는 회사에서 높은 연봉을 받는 안정적인 삶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고 만족지연을 하는 연습만을 훈련시켰을 것이다.

그런데 일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을 만나서 가장 먼저 듣는 이야기는 ‘난 행복하지 않아요.’라는 얘기다. 어떤 이는 이 모든 불행의 시작은 엄마라고까지 얘기했다. 이 얘기를 들은 그의 엄마는 얼마나 억울할지 예상이 된다.


엄마 : “지금 호의호식하며 사는 게 누구 덕인데 그런 소릴 하니? 내가 너 때문에 어떻게 살았는데!”

아들 : “누가 그렇게 살라고 했어? 엄마 좋아서 선택한 삶을 왜 나한테 뒤집어씌워? 나도 힘들었다고! 엄마 때문에 망했어. 호의호식이라고? 난 지금 하나도 안 행복해! 이건 다 엄마 때문이야!”


막장드라마의 한 장면 같은가? 내가 만난 이들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다.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하면 행복해질 거라고 약속했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엄마한테 사기당했다고 말한다. 남 탓은 참 쉽다. 왜 자신의 행복을 엄마한테 물어봤는지, 엄마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 묻지 않았는지를 반문하고 싶다. 물론 그것이 모두 그들의 탓은 아니다. 교육 시스템 안에서 그런 질문을 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고 시간을 준 적도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고 억울해할 시간에 나에게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보는 노력을 했으면 한다.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이 시기에 아이들이 꼭 알아야 하는 것은 수학공식이나 영어단어가 아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내가 어떤 것을 해야 행복한지, 그 행복의 기분은 어떤 느낌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지키고 되찾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삶의 주인이 부모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주체적인 선택과 책임을 학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부모들은 아이들이 주체성을 회복하는 것을 정말 원할까? 내 말에 무조건적인 복종을 안 할 수도 있고 부모와 다른 생각과 가치관에 대해 확신에 차서 얘기할 수도 있으며 학원 하나 보낼 때도 일주일 이상의 대화와 조율이 이루어져야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아는 순간, 부모는 삶에 대한 질문을 멈추고 싶어 질 수도...

이전 09화욕받이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