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께뜨에 나타난 한국배우의 유형>(1961)

영화사가 노만 83

by 유창연
KakaoTalk_20250203_181159698.jpg


특집: 한국 배우 베스트·텐

앙께트에 나타난 한국 배우의 유형


노 만


이 특집을 위해서 편집부에서는 각계 각층의 지식인들에게 한국의 남녀배우 베스트.파이브를 선정해달라는 앙께뜨를 보냈다. 그중 22명으로부터 회답을 얻어 그 결과가 표와 같이 나타났다. 여배우는 최은희, 문정숙, 황정순, 엄앵란, 김지미, 남배우는 김승호, 최무룡, 김진규, 황해, 신영균 씨가 각각 베스트 파이브가 되었다.


비평가들은 우리나라엔 연기자가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있는걸 가끔 들을 수 있다. 이것은 연기를 아는 배우가 없다는 말도 되겠고, 한국영화가 비슷비슷하다는 말이 나오게끔 된 것이 어느 작품에서나 같은 배우의 얼굴들을 대하게 되는 관객의 불평을 대변한 이야기도 될 것이다. 비슷비슷한 스토리에 똑같은 배우의 얼굴을 대한다는 것은 고역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같은 배우의 얼굴에서 한결 같은 표정을 앉아서 구경한다는 것은, 차츰 한국영화가 관객과의 거리를 두게 한 커다란 요소의 하나가 되게끔 한 것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영화를 침체상태에 놓이게 하였고 더욱 배우 자신들에 위기를 가져다 준 필연적인 요건이 되었다.


연기파

연기면에서 볼때 '연기파'라고 지정될 수 있는 배우가 없지 않다. 김승호와 같은 연기자는 아세아영화제에서 두 번 씩이나 연기상을 획득하여 당당히 아세아의 제일인자란 평까지 받을 수 있을 만큼 그의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다. 앙께트에 나타난 김승호의 인기는역시 그를 연기의 제일인자로 인정하는 데 있었다. 그가 맡은 역활 어느 것이나 무난히 해낸다는 것은 역시 연기가 월등한 데 있었다. 그러나 그의 적역은 어느것 보다도 서민적인 냄새를 풍긴다는 데 있다. 이 배우에 서민성이 내포되어 있다는 것은, 관객에게 주는 강열한 인상을 헐어버릴 수 없는 요인이 되어 있다. 이것은 시대의 변천에 따라 관객이 요구하는 인물이 영웅이 아닌 범인에 있다는 걸 말해주고 있다.

영화가 발명되어 배우가 등장하게 되고 또 스타.씨스템이 형성되었다. 이 스타·씨스템이란 곧 미남미녀였다. 이러한 미남 미녀 스타·씨스템이 오늘날에 이르러 '연기'와 '개성'에 압도당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시대의 변천에서 온 결과였다. 그러나 아직도 미남미녀의 스타·씨스템이 무너지지 않고 있는 것은 영화란 곧 '꿈'의 요소를 빼버릴 수 없다는 데도 커다란 이유의 하나가 될 것이다. 즉 주인공이 곧 관객의 대리인으로 나타나 관객은 곧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좀 더 예뻐졌으면 하는 욕구와 꼭 같은 심리작용에 있었다. 허나 오늘날에 와선 관객은 공상의 대리인으로 등장하는 것 보다는 내면 세계의 나를 주인공으로 찾기 때문에, 외면적(미남미녀)인 것보다는 내면적인 것에 치우치게 된다. 이것이 곧 연기력에서 오는 공감의 세계인 것이다. 서민성과 연기력은 그 어느것 보다 중요시 않을 수 없다. 그 일단을 받아들인 배우가 한국에서 김승호를 비롯해 황정순, 신영균, 최남현, 문정숙 등이다. 앙께뜨를 통해 봐도 이들이 가장 많은 점수를 획득한 것도 여기에 있다.


지성미

감각적인 면으로 볼 때 외향적인 미와 내향적인 미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이것은 물론 마스크에서 오는 것도 있으나 그 연기력의 개성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배우에서 지성미를 찾아 볼 수 있다는것은 현대적 감각에서 오는 '그 무엇'이 내포되는 데 있다. 이것은 어떠한 역할을 맡았을 때나 그 연기에서 발산하는 지적인 면을 보여주는데, 관객은 그 배우의 개성에서 발산하는 체취를 느끼게 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강렬한 체취를 발산하는 배우가 엄앵란과 황해라고 할 수 있다. 엄앵란은 이젠 한 여인으로서의 성장이 됐고 외향적인 지성미를 갖춘 여우의 한 사람이 됐다. 그녀의 어떠한 역할에나 강렬한 체취는 관객을 압도하고 있다. 황해는 지성미보다 더욱 강력한 개성의 소유자로 감각의 외향성을 느낄 수 있다. 그가 액숀.드라마에 맞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김진규와 최무룡은 현재 한국의 대표적인 미남배우로서 더욱 그 위치를 확보하고 있지만, 그들의 감각은 다분히 내향적인 면을 내보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최무룡이 지닌 내향적인 체취는 관객의 절대적인 환호를 받고 있는데, 이것은 자칫 잘못하다가는 관객의 실망을 가져오게 될 우려도 없지 않다. 그것은 어떤 역에서 자기 자신을 상실하는 듯한 아슬아슬한 장면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김진규는 내향성에서 외향성으로 탈피해 나가려는 듯한 면이 없지 않으나, 그의 스크린·마스크와 연기력은 이를 카바하여 관객에 아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 하겠다. 개성을 살리며 감각적인 면을 보이려는 데 그의 인기가 유지되는 한 요소다.


고전미

어느 의미에 있어서 배우는 관객의 분신이며 우상이다. 이러한 심리 작용으로 동족과 같은 모습을 보았을 때 친근감이 느껴진다. 이것이 동양적인 미랄까 고전미라고 불리우며 배우를 여기에 분류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사실이다.

최은희의 인기는 바로 이런 데서 있다. 최은희의 스크린·마스크를 볼 때 한국적이고 더 나가서 동양적인 전형적인 얼굴이라고 느끼지 않을 사람이 몇사람 없을 것이다. 이민자도 여기에 속하는 배우다.

이 배우를 볼 때 어떤 향수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바로 동양적인 그 풍모에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연기력에 있어 한국적인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것과 또 이들이 현대물보다 시대물에 출연하였을 때 잘 어울리다는 것도 바로 이런데 있다.


이국미

이와는 달리 미지의 세계를 동경하는 것이 또 한 사람의 상정이다. 이를 대변하고 있는 것이 배우의 에크조틱한 마스크다. 이러한 마스크의 소유자가 뚜렷이 한국에는 없지만 최지희, 이수련, 이빈화 등이라 볼 수 있다. 이들의 이국적인 체취와 함께 그들이 지닌 세련된 몸가짐은 영화에선 뺄 수 없는 존재다. 그러나 이들의 뚜렷한 인기를 못 얻고 있는 것은 그들의 체취를 발산시킬 소재가 한국영화에선 없었다는 데도 있다. 이번 앙께뜨에 이들의 이름이 오르고 있다는 것은 관객이 신비와 미지의 세계를 동경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셈이다.


미남·미녀

아직도 미남 미녀 스타·씨스템이 무너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관객이 미남 미녀를 동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위에서도 말했거니와 이 미남 미녀 스타·씨스템의 형성이 곧 관객의 꿈이었다. 배우가 관객의 꿈이 분신이며 우상인 이상 좀처럼 이 스타·씨스템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김지미가 그 연기려게 비해 그 성명이 오래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은 바로 여기에 있다. 김지미를 볼 때 곧 에리자베스.테일러를 연상하게 되는데, 그녀의 뛰어난 미모는 릿쯔가 <버터휠드·8>에서 아카데미 여주연상을 획득한 사실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신인으로 김혜정이 또한 좋은 소지를 가지고 있는데 김지미와 함께 한국 배우 중에서 잊을 수 없는 존재다. 한편 그녀들과 대적할 만한 미녀 배우가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앙께뜨를 통해 볼 때, 연기자는 없어도 배우가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또한 한국 배우의 인기가 몇 사람에게 정해져 있다는 사실은, 그들이 지닌 어떤 공통성을 찾아볼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 결과 한국 배우의 인기의 요소는 역시 연기력과 개성 및 지성에 있다는 결론이다. 이것은 또한 한국영화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영화평론가) ■


KakaoTalk_20250203_180937988_01.jpg
KakaoTalk_20250203_180937988_02.jpg

(잡지 《여원》1961년 9월호, 여원사, 1961, 192~195쪽)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서부를 달리는 WELLS-FARGO>(1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