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가 노만 52
영화시장개척의 문제점
- 대만수출에 관련하여 -
노 만
현재 한국영화는 여러가지 난관에 봉착해 있다.
그 중에서도 근본적인 문제가 새로운 영화 시장 개척에 있다. 근년 한국영화계는 연 평균 백여편을 생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숫자는 한국영화인구에 비해 비해 본다면 기형적인 대량생산이 아닐 수 없다. 영화 인구비례로 보나, 협소한 시장으로 보나, 이러한 생산 편수는 무리한 출혈을 막을 길이 없게 되었으니 필연적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이러한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일부 영화계에서는 진지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 결과 <백년한>을 비롯하여 <촤이나타운>, <만리장성>, <칠공주>, <안개 낀 거리> 등이 대만 영업유한공사를 통하여 곧 대만에 곧 대만에 상영하게 되었다. 그 중 <백년한>이 먼저 한국과 동시 개봉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 왜 국산영화가 지금까지 해외시장을 개척 못했는가-- 이 문제를 새삼스럽게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40년이란 연륜이 흐르는 가운데서도 외국으로 수출된 작품이란 겨우 다섯손가락을 꼽을 정도였다. 이러한 사태를 빚어낸 것은, 초창기 일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춘향전>, <해의 비곡> 등 수준 이하의 작품을 일본으로 수출한 데 연유했다.
<춘향전>이 제작될 당시(1923년) 이미 일본은 어느 정도의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때문에 수준 이하의 한국영화를 본 일본 관객은 그 후 다시는 한국 작품을 관람하려고 하지 않았던 까닭에 일본 시장이나마 개척할 수 없게 되었다. 그 후 <심청전>(1925년) 같은 작품만 하더라도 일본으로 수출하려고 노력했지만, 다시는 한국영화를 수입하려 하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史實)에 비추어볼 때 앞으로의 수출 작품은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는 그러한 전철을 밟아서는 해외 시장 개척이란 영원한 공염불이 되고 말 것이다. 때문에 한국영화 수출은 근시안적이고 안일한 사고방식에서 탈피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이미 내정된 작품이 기술 내용 면에서 과연 해외로 내어 보내도 손색이 없는 영화들인가 심사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한양대영화과강사) ■
(동아일보 1963년 8월 20일 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