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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May 25. 2020

<쉐프/The Chef>

어딘가 부족한 재료와 너무 과한 양념.

우리에게 친숙한 것 같지만 생각보다 그 수가 많지 않은 장르를 꼽자면 단연코 음식 영화다. <아메리칸 셰프>나 <더 셰프>, 애니메이션 <라따뚜이> 혹은 힐링 영화인 <리틀 포레스트>가 다이다. 모두 각자의 매력이 있는 쟁쟁한 이러한 영화들 외에는 딱히 생각나는 영화가 없어 직접 찾아 도전하기에는 두려운 장르이기도 해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여기, 음식으로 유명한 프랑스와 베테랑 배우 장 르노가 만난 음식 영화가 있다. 2012년 개봉한 <쉐프>다.




영화는 고지식하지만 뛰어난 요리 감각을 지닌 자키가 한물 간 미슐랭 3 스타 셰프 알렉상드로의 봄 메뉴 개발을 도와 레스토랑을 지키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스토리 진행을 타 음식 영화와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가져가는데, 인생에 대한 깨달음과 가족을 소중함을 일러주는 메시지는 비슷하지만, 코미디가 첨가되었다는 것은 특별하다. 음식 영화는 스토리텔링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아메리칸 셰프>처럼 가볍고 재밌게 풀어나가거나, 혹은 <더 셰프>처럼 진중한 드라마를 그려내거나, 둘 중 하나인데, <쉐프>는 전자에 속한다. 유머가 조금 과한 면이 존재하긴 하지만, 그래도 전반적인 코드는 8년 전 작품에도 불구하고 잘 맞아서 부담 없이 보기에는 좋다.


이러한 코미디적인 부분을 살리는 데에는 배우들의 매력 있고 개성 있는 연기력의 영향이 컸다. 특히 알렉상드로 역의 장 르노의 코믹 연기는 신선하고 재밌었는데, 개인적으로 <레옹>의 진중한 이미지로 기억되었던 장 르노가 자존심 센 셰프이자 아빠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것이 좋았다. 또한 미카엘 윤이 어리숙하고 고지식했지만 책임감 있는 셰프 겸 아빠로 성장한 자키라는 캐릭터를 잘 연기했다는 점도 칭찬할 만하다.


다만 음식 영화의 핵심인 요리 과정 장면이 거의 없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음식 영화에서 화려한 요리 장면은 관객들에게 신선함과 재미 그 자체로, 음식 영화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장면이 없다는 단점이 있어 일반 관객들의 흥미를 끌기에는 역부족이다. 요리 장면을 배제하고 드라마적인 요소에 힘을 끌어모아 작품성을 높였다면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영화의 서사가 결코 깊지 않다. 조금 더 진중할 수 있었던 부분을 그저 코미디로 무마하려고 한 부분은 상당히 아쉽다.


또한 인물 관계의 정리가 매끄럽지 않다. 자키와 아내의 관계, 알렉상드로와 딸의 관계는 너무 쉽게 틀어지고, 또 너무 쉽게 해결된다. 분명히 드라마적인 부분을 강조해야 하는 영화인데, 인물 관계보단 코미디를 앞세운 점은 단점이다. 특히 알렉상드로와 딸의 관계가 너무 가볍게 느껴졌는데, 상당히 오랫동안 쌓인 것 같은 감정이 그저 아침 한번 준비해주고 논문을 조금 읽었다고 바로 갈등이 해소되는 장면은 의아한 부분이다.


상당히 매력적일 수 있는 부분을 과한 코미디 욕심으로 덮어버렸다는 아쉬운 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교훈을 주는 메시지와 매력적인 연기로 특별한 캐릭터를 완성시켰다는 점은 칭찬할 만한 영화다. 장 르노와 미카엘 윤의 연기와 아름다운 파리의 배경을 맛볼 수 있는 영화, <쉐프>다.





총점 - 6.5
어딘가 부족한 재료와 너무 과한 양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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