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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May 31. 2020

<퍼시픽 림/Pacific Rim>

이토록 거대한 로봇 영화를 본 적이 있는가.

필자가 지금처럼 영화의 많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때가 초등학교 4, 5학년, 그러니까 벌써 7, 8년 전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영화를 종종 보곤 했지만 영화 리뷰를 작성하거나, 영화 관련한 꿈을 키우기 시작한 본격적인 시기였다. 그때는 지금처럼 작품성을 따지기보단 영화가 주는 울림이나 웅장함에 더욱 끌렸던 것 같은데,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가 바로 <어벤져스>다. 그리고 그 <어벤져스>와 맞먹는 웅장함을 느꼈던 영화가 있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거대 로봇 영화, <퍼시픽 림>이다.




영화는 2013년부터 시작된 거대 괴수 카이주의 공격으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거대 로봇 예거 파일럿들의 혈투를 그린다. 솔직히 말하자면 플롯 자체는 단순하고 특별한 것이 없다. 여느 외계인 침공 영화와 비슷하게 주인공은 아픈 상처를 가지고 추락하지만 다시 일어나고, 결국엔 승리까지 쟁취한다는 스토리는 평범하고 진부하며 심지어는 클리셰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는 신선한 스토리의 부재를 온갖 매력적인 설정들로 충분히 메꾸고도 남는다. 우선 예거의 웅장함은 그 어떤 로봇 영화도 따라올 수가 없다. <퍼시픽 림>의 거대함과 울림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라서 할 수 있었다고 장담한다. 컨테이너 박스를 아무렇지 않게 으스러뜨리거나, 거대한 화물선을 무기로 사용하는 장면은 예거의 거대함을 확실하게 느끼게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예거들이 각자의 매력을 모두 지니고 있다는 것도 아주 큰 장점이다. 주인공 격인 두 예거 외에 다른 예거들 각자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어 보는 내내 헤어 나올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스트라이커 유레카의 빠른 움직임과 체르노 알파의 육중한 무게감이 마음에 들었고, 집시 데인저의 클래식함과 크림슨 타이푼의 독특함에도 충분히 끌렸다. 각자의 개성을 살린 전투신도 포함되어 있어 모두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데, 화려한 홍콩의 조명 속에서 싸우는 홍콩 전투신은 영화의 백미다.


오직 거대 괴수와 거대 로봇의 싸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고, 도시의 평범한 대피소도 보여주면서 카이주의 거대함과 무시무시함을 부각시키는 장면이 등장하는 점도 좋다. 또한 예거뿐 아니라 카이주도 매력적인 부분을 보여줘서 보는 내내 정말 재미있는데, 특히 홍콩 전투신에 등장하는 오타치의 꼬리와 날개는 드래곤이 생각날 정도로 멋있다.


다만 인물들의 캐릭터성은 상당히 아쉽다. 전형적인 영웅 상인 주인공과 가족에 대한 복수를 원하는 여주인공, 또 주인공을 위해 희생하는 인물들까지 많이 봐왔고 진부한 캐릭터성이다. 조금 더 입체적이고 깊은 캐릭터를 구축했다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다만 이러한 아쉬운 캐릭터성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캐릭터가 있는데, 특히 이드리스 엘바가 연기한 스탁커 펜타코스트의 카리스마는 관객들을 홀리기 충분했다. 


그리고.. 웬만하면 연기력을 칭찬하기는 해도 비판하지는 않는 편인데, 마코 모리 역의 키쿠치 린코의 연기는 솔직히 많이 아쉽다. 나름 2006년에 시카고 비평가 협회상에서 여우조연상까지 수상한 경력도 있는데, 이런 몰입을 방해하기까지 하는 연기력을 보여주었다는 점은 의아하다. 


얕은 스토리와 아쉬운 캐릭터성이 존재하지만 최고의 로봇 영화 중 하나라고 장담한다. 특히 웅장함과 묵직함에 매료되지 않는 관객은 없다고 본다. 기예르모 델 토로의 덕심이 가득 들어간 거대 로봇 영화, <퍼시픽 림>이다.





총점 - 8.5
영화의 가장 큰 무기, 웅장함과 묵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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