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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Jun 01. 2020

<고양이와 할아버지/ねことじいちゃん>

귀여운 고양이들의 향연.

가장 좋아하는 동물을 선택하라면 고민 없이 바로 고양이를 고를 정도로 필자는 고양이를 상당히 좋아한다. 물론 지금 기르고 있지는 않지만 나중에 고양이를 기르는 것이 버킷리스트고, 고양이 관련 유튜브도 많이 볼 정도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도 고양이의 인기가 상당히 올라갔음에도 상대적으로 개보다 훈련시키기 어려운 탓인지 고양이를 직접적으로 다룬 영화가 많이 나오지는 않았는데, 최근 한국에 개봉한 일본 영화가 있다. 특유의 잔잔함과 귀여운 고양이들이 등장하는 영화, <고양이와 할아버지>다.





영화는 고양이와 노인들이 많은 섬에서 다이키치 할아버지와 그의 반려묘 타마가 함께 지내며 벌어지는 여러 일들을 그린다.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2014년과 2015년에 개봉한 <리틀 포레스트>와 상당히 비슷한, 잔잔한 힐링 영화라고 볼 수 있는 영화다. 다만 <리틀 포레스트>는 전체적인 스토리가 있지만, <고양이와 할아버지>는 뚜렷한 캐릭터와 스토리가 없다. 한마디로 영화적인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말인데, 흥미로운 스토리를 기대한다면 무조건 실망할 것이다. 그래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데,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들의 외로움과 또 소소한 행복에 대해서 생각보다 깊게 다루는 점은 좋다.


고양이들은 매우 귀엽다. 고양이들 중 주인공 격인 타마를 비롯해 여러 길고양이들을 보면 저절로 힐링이 된다. 연출을 맡은 이와고 마츠아키 감독이 고양이 전문 사진작가인 만큼 연출력은 부족할지 몰라도, 고양이들의 구도를 아주 잘 잡아낸다. 또 섬의 아름다운 풍경도 잘 잡아내 보는 내내 눈이 즐겁다. 다만 고양이들을 사용하는 부분이 아쉬운데, 고양이와 사람들 간의 교감을 이끌어내기보단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인물 관계가 그리 깊지 않아 차라리 고양이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했으면 어떨까 하는 의문도 남는다. 영화의 중후반부터는 고양이들을 그저 볼거리로만 치부하는 느낌이 들기도 해 아쉽다.


계절의 변화감을 가지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도 인상 깊다. 이것도 이미 <리틀 포레스트>에서 비슷한 전개를 경험했는데, 1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을 통해 변화하고 성장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보면서 행복한 삶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고민하고 생각하게 해준다. 또 일본 시골 특유의 잔잔한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귀여운 고양이들과 잔잔한 시골을 보면 자연스레 힐링이 된다. 다른 힐링 영화와는 다르게 죽음에 대한 슬픔, 또 극복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는 것도 특별하다.


일본 영화 특유의 과장됨도 없어서 좋았다. 물론 어느 정도 그런 오버하는 분위기가 풍기는 부분도 있지만 그다지 신경 쓰이는 부분이 아니다. 일본 영화를 처음 접할 때 특유의 오글거리는 과장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관객이 상당히 많은데, 힐링 영화들에서 그런 부분은 딱히 느껴지지 않는다.


귀여운 고양이와 잔잔한 힐링을 느끼고 싶다면 마음을 비우고 보기에는 나쁘지 않은 영화이지만, 영화적인 매력을 기대한다면 그다지 추천하지는 않는다. 아름다운 풍경의 고양이 섬과 외로운 가운데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는 인물들의 매력이 느껴지는 영화, <고양이와 할아버지>다.




총점 - 6.5
고양이의 매력에 반비례하는 스토리의 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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