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팬서 Jan 15. 2021

<나를 찾아줘/Gone Girl>

언론을 이용해 여론을 장악할 줄 아는 그녀는 누구보다 치밀하고 강력하다.

데이빗 핀처는 원작이 있는 영화를 많이 제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파이트 클럽>부터 시작해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그리고 오늘 리뷰할 <나를 찾아줘>까지. 혹시 이 영화, <나를 찾아줘>를 아직 안 봤다면, 즉시 뒤로 가기를 누르고 영화를 관람하기를 바란다. 아무런 소식을 듣지 않고 보아야 할 영화다. 넷플릭스에서는 1월 30일까지 볼 수 있으니 서두르길.




영화는 결혼 5주년 기념일 아침, 닉의 아내 에이미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자 전국이 떠들썩해지고, 경찰은 닉과 에이미가 권태기를 겪는 부부라는 점과,  에이미가 사라지기 전 남겨두었던 단서들을 증거로 닉을 살인 용의자로 지목하고, 언론과 여론 모두 닉을 공격하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일단 기본적으로 굉장히 재밌다. 닉과 에이미의 치열한 두뇌 싸움(?)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으며, 사건의 진실이 점점 밝혀지는 과정이 아주 흥미롭다. 이쯤 되면 데이빗 핀처는 원작 각색에 있어서 원탑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여느 데이빗 핀처의 영화처럼, <나를 찾아줘>도 독특하고 색다른 편집이 나름의 포인트다.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처럼 닉의 현재와 에이미의 과거를 빠르게 교차편집하며, 현재와 과거가 만나는 시점에서의 충격적인 반전을 뽑아낸다. 이에 훌륭한 사운드까지 겹쳐 소름 끼칠 정도의 서사를 완성시킨다.

영화의 끝은 시작과 같은 장면, 그리고 같은 대사로 마무리된다. 이렇듯 시작과 끝이 조우하는 수미상관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 상당히 충격과 공포를 선사한다.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게 하며, 똑같은 장면이지만 이렇게 다르게 느껴질 수 있고 심지어는 무섭게 느껴질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영화를 보고 나면 결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극 중 등장인물은 누구도 선량하지 않다. 여기서 볼 수 있듯이 영화는 단순히 결혼할 때 남자/여자를 잘 만나야 한다는 1차원적인 답에서 끝나지 않는다. 조금 더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스타일의 영화였다. 언론과 여론의 무서움과 중요성도 잘 전달한다. 그와 동시에 거짓으로 무장한 여론에 휘둘리는 대중들도 신랄하게 비판한다. 극 중 에이미는 언론과 여론의 중요성과 대중의 무지함을 아주 잘 이용해 닉을 옭아맨다. 언론과 여론을 이용하는 자는 누구보다 치밀하고 강력하며 공포스러운 존재다. 우리도 지금 수없이 많은 에이미들에게 속고 있지는 않을까.

로자먼드 파이크는 정말 엄청난 분위기를 풍기며 극을 장악한다. 정말 미친년이라는 소리가 잘 어울리는 에이미라는 캐릭터를 너무나 잘 살려냈다. 정말 치밀하고, 자신의 계획을 위해서라면 살인까지 서슴지 않고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는 희대의 사이코 악녀를 너무나도 잘 표현했다. 에이미라는 캐릭터가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점은 그녀의 계획이 완벽하게 작동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여러 번 틀어지고 변수도 상당히 많았지만 그 변수를 극복하고 결국엔 닉을 정복하는데 성공한, 그래서 더 공포스럽게 다가오지 않았나 싶다. 상술했듯 엔딩에서의 눈빛은 아예 다르게 보인다. 정말 독보적인 캐릭터다. 이에 비해 벤 애플렉의 닉 던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이런 언론의 공격을 받으면서 쉽게 정신을 차릴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와 중간중간 나름의 반격을 하기도 하지만, 결국 에이미에게 당한다. 그런 그가 처음 부분에 했던 대사는 다시 보인다. '그녀의 두개골을 쪼개 뇌를 꺼낸 후 묻고 싶다. 지금 무슨 생각해?'. 개인적으로 닉을 끝까지 믿어준 쌍둥이 동생 마고라는 캐릭터가 눈에 띄었다.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데이빗 핀처 영화 중에서도 가장 만족했던 영화들 중 하나며, 기본적으로 굉장히 재밌다.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강력 추천하고 싶은 영화. 다만 수위가 조금 있으니 주의해서 볼 것.




총점 - 8.5
언론을 이용해 여론을 장악할 줄 아는 그녀는 누구보다 치밀하고 강력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