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팬서 Jan 17. 2021

<원 나이트 인 마이애미>

하룻밤 사이에 인물들에게 담아낸 연정, 연민, 의지, 그리고 존경.

Black Live Matter, 줄여서 BLM 운동이 급속도 퍼져나가고 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최근 들어 흑인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가 부쩍 많아진 느낌이다. 아카데미를 수상한 <노예 12년>, <문라이트>, <그린 북>부터 시작해 작년 말에 공개된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까지 꽤 오랜 기간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여기 또다시 아카데미를 노리는 작품이 하나 나왔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자인 레지나 킹의 장편 영화 연출 데뷔작, <원 나이트 인 마이애미>다.




영화는 흑인 인권 운동가인 말콤 X, 복싱 선수인 캐시어스 클레이(무하마드 알리), 가수인 샘 쿡, 미식축구 선수이자 배우인 짐 브라운 네 명이서 캐시어스의 챔피언 등극을 축하하기 위해 마이애미에서 모여 하룻밤을 보내는 이야기를 그린다. 줄거리에서 볼 수 있듯이 유명한 인물들을 싹 다 모아놓고 하룻밤 동안 이야기하는 것이 다다. 물론 픽션이 가미되었지만은 다소 황당한 스토리로 보일 수 있는데, 영화는 의외의 재미를 선사한다. 제목대로 2시간의 러닝타임 내내 하룻밤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는데, 연극 원작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이 하룻밤을 인물들의 대사로 채워 넣지만 상당히 흥미진진하다. 작년에 호평을 받았던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과 결을 같이하는 작품이라고 보면 될 듯싶다. 굉장히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갈등을 차곡차곡 쌓아가 절대 지루함 없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하룻밤 동안 노닥거리는 장면을 흥미롭게 풀어내는 달변이 굉장히 뛰어나다. 레지나 킹의 연출력이 상당한 듯 보인다.

등장인물을 보면 알겠지만 1960-70년대 흑인 인권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제는 식상해 보일 수도 있지만, 아직도 유효한 메시지라는 점이 안타깝게 느껴질 뿐이다. 등장인물 중 한 명인 말콤 X가 상당히 흑인 우월주의를 띄고 있지만 이 영화는 이분법적 논리에 쉽게 빠지지 않는다. 영화는 그 시절,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진 탄압에 대한 울분을 충분히 토해내면서 흑백논리에 빠지지 않고 타협점을 찾아내려고 끊임없이 논쟁하고 노력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는 묵직하고 먹먹한 한 방을 날려준다. 그들이 누리고 싶어 한 사회는 아직까지 실현되지 않고 있다. 영화는 그 시절 유명했던 인물들을 그리고 있어 주인공 4인방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아야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무하마드 알리야 워낙 유명하니 제쳐두더라도, 말콤 X부터 샘 쿡, 짐 브라운이 어떤 사람인지 정도는 알아야 지루함 없이 볼 수 있다.

아무래도 하룻밤을 많은 대사로만 구성하다 보니 제일 중요한 것은 인물의 매력이다. 영화는 인물의 매력을 톡톡히 잡아내 2시간도 안되는 러닝타임 내에 모든 캐릭터에게 정이 들게 만든다. 덕분에 영화를 보는 도중엔 주고받는 대사가 상당히 재밌고, 보고 나면 왠지 측은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영화는 캐릭터의 밸런스도 상당히 잘 잡아냈다. 자칫하면 한쪽으로 기운 것으로 보일 수 있는 말콤 X를 다른 캐릭터들이 잘 잡아주면서 거슬리지 않게 볼 수 있다. 또한 다소 민감한 소재가 나와도 영리하게 중화시키는 연출력이 돋보이기도 한다. 킹슬리 벤-아디르가 분한 말콤 X는 사실상 영화의 가장 중요한 캐릭터다.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많은 바가 말콤 X에게서 나오고, 이를 킹슬리 벤-아디르가 훌륭하게 소화해낸다. 레슬리 오덤 주니어가 분한 샘 쿡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특히 노래 '체인 갱'을 부르는 장면은 가히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일라이 고리가 분한 캐시어스와 알디스 호지가 분한 짐 브라운도 옆에서 훌륭한 역할을 해낸다. 여러모로 캐릭터의 매력이 상당한 영화다.

개인적으로 기대를 걸었는데, 꽤나 만족한 영화다. 이제는 워낙 많이 보이는 흑인 인권 영화지만, 나름의 재미도 갖추고 있어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영화기도 하다. 흑인과 더불어 아시아인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총점 - 8
하룻밤 사이에 인물들에게 담아낸 연정, 연민, 의지, 그리고 존경.


매거진의 이전글 <나를 찾아줘/Gone Girl>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