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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Feb 27. 2021

<카오스 워킹/Chaos Walking>

클라이맥스조차 밋밋한, 소재만 신선한 SF의 또 다른 사례.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영화는 이제 어느 정도 우리 곁에 익숙해졌다. 비록 작년에는 어쩔 수 없이 만날 수 있는 대작 SF 영화의 수는 줄긴 했지만, 넷플릭스와 같은 OTT 서비스의 힘을 빌려 대작은 아니더라도 적은 예산으로 제작된 SF를 만나왔다. 다만 아직 올해까진 넷플릭스가 아닌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우주 SF 영화가 없었는데, 때마침 그런 영화가 개봉했다. 신선한 소재로 관심을 모은 영화, <카오스 워킹>이다.




영화는 모든 생각이 실시간으로 노출되는 '노이즈'에 감염된 세상, 뉴 월드의 한마을에서 살아가는 토드는 이곳에 불시착한 여성 바이올라와 마주하게 되고, 숨겨진 비밀을 마주하게 되면서 이 마을에서 탈출하기로 결정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일단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노이즈라는 아주 신선한 소재다. 이 소재 하나만으로 흥미를 갖게 만들고, 이 능력을 응용하는 모습도 보여주면서 나름대로 활용도 하는 편이다. 다만 이 소재를 너무 가볍고 대충 사용한다. 이 소재를 조금 더 잘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너무 겉도는 느낌이다. 이 소재가 가진 매력을 잘 살려내지 못하면서, 관객들이 관심을 잃게 만든다. 한마디로 휘발성이 너무 강하다. 영화가 가진 다른 설정들도 한 번 쓰고 버리는 게 많다. 이 영화를 시리즈로 이어가기 위해서 숨겨두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영화 하나만 놓고 봐선 너무 아쉽게 다가온다. 영화의 전개는 굉장히 루즈하고, 개연성도 부족하다. 똑같은 이야기만 반복하고,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으로 가득하다. 덕분에 보는 내내 지루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명색이 SF 어드벤처인데, 상당히 밋밋하다. 시작 부분은 흥미로웠지만, 중간부터 밋밋함을 유지하더니 엔딩까지 밋밋하다. 심지어는 클라이맥스조차 심심한데, 너무 심심해서 클라이맥스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할 정도다. 그래서 영화가 덜 완성되었다는 느낌이 강할뿐더러, 재미도 부족하다. 기본적으로 관객들을 홀릴만한 한 방이 부족한 셈이다. 영화 전체적으로 스케일이 큰 편은 아니다. 그래도 나름의 분위기는 마음에 들었고, 영화의 8할을 차지하는 추격신에도 신경을 많이 쓴 것이 보인다. 다만 서사 자체가 이를 받쳐주지는 못하며, 주구장창 추격신만 나오니 처음엔 장점이었다가 나중엔 단점으로 작용한다. 시종일관 걷거나 뛰기만 하니, 너무 정신 사납다. 뭐든지 과유불급이다. 영화는 세계관을 가지고 뭔가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다. 한곳에 갇혀있으면서 진실 여부도 모른 채 맹신하기만 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전해주려고 한다. 다만 그렇게 다가오지는 않는 편. 전체적으로 디테일이 떨어진다. 조금만 더 다듬었으면 못해도 중박이었을 텐데. 이런 영화를 볼 때마다 안타깝다.

캐릭터의 활용도 너무나 아쉽다. 톰 홀랜드를 비롯해 데이지 리들리, 매즈 미켈슨, 그리고 닉 조나스까지 빵빵한 출연진으로 무장했음에도 배우의 매력조차 살리지 못하는 캐릭터 설정은 너무나 아쉽게 다가온다. 토드와 바이올라의 교감과 연대는 너무 대충대충 넘어갈뿐더러, 캐릭터의 과거 설정이 단순하고 가벼워서 캐릭터에게 이입이 절대 불가능할 정도다. 너무 불친절한 설명에 대체 왜 싸우고, 싫어하고, 맹신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톰 홀랜드와 데이지 리들리의 매력은 어느 정도 있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어하는 배우들이기도 하고, 주인공이다 보니 나름 신경을 써준 것 같다. 다만 매즈 미켈슨이라는 매력적인 배우를 메인 빌런으로 세워놓고 정말 아무런 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은 확실한 단점이다. 대체 왜 메인 빌런이라는 캐릭터에게 이렇게 얄팍한 트라우마만 심어주고 끝인 것인가. 매즈 미켈슨의 연기로 간신히 생명 연장을 하는 캐릭터라고 볼 수 있겠다. 이외에도 닉 조나스를 비롯해 버려지는 캐릭터가 너무나도 많다. 왜 등장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 화려한 배우진만 믿고 갔다가는 배우의 매력조차 느끼지 못하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

전체적으로 조금은 아쉬운 영화로 다가왔다. 신선한 소재의 매력만 유지하고 안정적으로만 끌어갔으면 나름 만족스러웠을 텐데, 이것저것 하다가 참신한 소재마저 살리지 못한 안타까운 영화, <카오스 워킹>이다.




총점 - 5.5
클라이맥스조차 밋밋한, 소재만 신선한 SF의 또 다른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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