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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Feb 26. 2021

<톰과 제리/Tom and Jerry>

어릴 적 추억을 살려서 얼렁뚱땅 넘어가기.

어렸을 적 심심할 때 자주 봤던 TV 시리즈 중 하나가 바로 <톰과 제리>였다. 그래서 그런지 <톰과 제리>에 있어서 나름의 추억을 가지고 있는데, 이 <톰과 제리>가 영화로 나온다고 할 때 솔직히 조금 불안했다. 솔직히 TV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영화로 나와서 성공한 적이 별로 없으니. 다행히 실사화는 아닌 데다 나름 예고편도 잘 뽑혔길래 걱정은 조금 접어두고 추억을 상기시키기 위해서 극장을 찾았다. <톰과 제리> 리뷰다.




영화는 생쥐 제리가 성대한 결혼식이 열릴 호텔로 이사를 오게 되고, 이력서를 훔쳐 이 호텔의 이벤트 플래너로 일하게 된 카일라는 이 제리를 잡기 위해 길고양이 톰을 고용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기본적으로 어렸을 적 <톰과 제리>의 추억을 상기시켜주는 역할은 나름대로 잘 해내는 편이다. 어렸을 적 재밌게 봤던 TVA 생각도 들고, 또 나름대로 원작 팬들이 알아차릴 수 있는 팬 서비스도 많다. 또 이런 류의 영화에서 범할 최악의 행동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 붕괴도 없다. 근데 문제는 이러한 감정은 잠깐 동안만 지속된다는 것이다. 한 30분만 지나면 별 감흥이 없어진다. 영화 자체가 독창적인 웃음을 선사하기보다는 많이 봐왔던 장면들을 반복 재생하는 경향이 있어 그렇게 큰 재미나 웃음을 주지 못한다. 애들용으로 맞춰진 스토리라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톰과 제리>를 좋아했던 팬의 입장으로 봤을 때, 어렸을 때 봤던 그 느낌이 살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패착 같다. 필자가 나이가 들었기 때문이 아니라(과거 TVA 에피소드는 지금 봐도 웃기더라), 과거 <톰과 제리>가 인기를 끌었던 요소들을 잘 담아내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이 크다.

기존 <톰과 제리>는 짧은 에피소드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원작을 영화 러닝타임에 맞게 늘리려니 인간 서사가 어느 정도 필요한 건 이해가 간다. 톰과 제리가 서로 쫓고 쫓기는 장면을 1시간 40분 동안 주구장창 보여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근데 인간 서사를 써야 했다면, 조금 잘 다듬고, 분량도 잘 조절해서 주가 되는 톰과 제리의 모습을 방해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안 그래도 너무나 빈약한 인간 서사가 쓸데없이 길고 많은 덕분에 톰과 제리의 매력이 절감된다. 어렸을 적 추억에 얹혀서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수법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영화의 또 다른 단점은 모든 부분에서 너무 과하다는 점이다. 극 중 등장하는 신랑처럼 조절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톰과 제리가 말을 하지 않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시종일관 음악을 틀어대는데, 너무 산만하고 정신없게 만든다. 이게 잠깐이 아니라서 영화를 보는 내내 되게 어지럽고 머리가 아파온다. 물론 음악 자체는 굉장히 좋은 편이지만, 과유불급이라고 하지 않았나.

영화가 단점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자 높게 점수를 주고 싶은 점은 톰과 제리의 모습을 실사화하지 않고, 2D의 느낌을 살린 3D 애니메이션처럼 표현한 작화다. 디즈니의 <라이온 킹> 실사화는 기술의 발전은 눈에 들어왔지만 이에 따른 단점이 너무 많았는데, <톰과 제리>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캐릭터의 감정의 전달도 놓치지 않는 영리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이 든다. 어쭙잖은 실사화보단 훨씬 나았다는 생각이다. 스케일 자체도 꽤나 크다. 추격신도 스펙터클한 편이라서, 4DX와 같은 특별관에서 본 관람객들을 상당한 호평을 하고 있다. 필자는 4DX관에서 보지 않은 입장에서 말하자면, 추격신 자체는 나름 훌륭했지만, 그렇게 큰 임팩트를 주지는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 <톰과 제리>는 이렇게 큰 스케일과 어울리지 않는 스타일이다. 집 안과 같은 아기자기한 공간에서 다양한 소품을 활용한 추격전이 (적어도 필자에게는) 큰 매력으로 다가오는데, 스케일이 커짐과 동시에 디테일이 떨어지는 점은 아쉽게 다가온다.

클로이 모레츠는 정말 이쁘다. 톰과 제리가 주인공인 영화에서 클로이 모레츠가 주목받는다는 점은 별로 좋은 점은 아니지만, 참 매력적인 배우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캐릭터도 나름대로 잘 녹아드는 편이고. 반가운 얼굴들이 많다. 개인적으로 코믹 연기를 정말 잘한다고 생각하는 마이클 페냐부터, 마찬가지로 웃긴 켄 정, 그리고 스파이크 목소리로 나온 바비 카나베일까지. 배우들을 보는 맛은 있다. 영화는 또한 각박한 학벌주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데, 그렇게 와닿지는 않는다. 애초에 캐릭터 자체에 공감할 수 없다. 한 가지 가장 아쉬운 점은, 톰의 비명소리가 찰지지 않다는 것. 참 아쉽다.

추억 상기 용으로는 나쁘지 않지만, 그 이상을 바라기엔 좀 힘든 영화다. 시간 날 때 가족들과 극장 나들이하기엔 좋은 정도의 영화, <톰과 제리>다.




총점 - 5.5
어릴 적 추억을 살려서 얼렁뚱땅 넘어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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