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팬서 Feb 25. 2021

<프라미싱 영 우먼>

캐리 멀리건의 호연과 세련된 쫀쫀함으로 무장한 연출이 선사하는 흡입력.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아카데미 시상식의 전초전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골든글로브에서 좋은 성적을 낸 작품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프라미싱 영 우먼>은 이번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주요 4개의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다. 작품상부터 감독상, 각본상, 그리고 여우주연상까지. 올해 다양한 시상식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대체 어떻길래 이런 관심이 쏟아지는지 궁금했다. 기대를 잔뜩 안고 본 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 리뷰다.




영화는 7년 전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인 니나가 당한 비극적인 사건에 충격을 받고 고통 속에 살고 있는 카산드라가 니나를 위해 아주 완벽하고 치밀한 복수극을 계획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굉장히 세련된 연출로 무장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 자체뿐 아니라 연출에서 오는 힘이 대단하다. 쫀쫀한 스릴러물의 역할을 아주 잘하는 편이며, 긴장감 또한 아주 잘 잡아낸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감탄하고 전율이 올랐는데, 내용뿐 아니라 그냥 세련됨과 멋짐이 넘쳐흘러서 놀랐다. 이렇게 맛깔나는 연출은 참 오랜만인 거 같다.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아마도 플래시백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덕분에 괜히 늘어지게 만들거나 자극적으로 만들지 않아 굉장히 깔끔한 연출과 흥미진진한 전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만 후반부에 접어들수록 힘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며, 플래시백을 쓰지 않는 대신 대사의 양이 조금 많아졌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를 상쇄하는 나름의 반전과 훌륭한 엔딩으로 마무리한다. 오프닝과 엔딩이 아주 끝내주는 영화다.

사실 영화의 줄거리를 보고 갔을 때 어느 정도 여성 영화의 분위기를 풍기겠다는 예상을 했다. 어느 정도 그런 뉘앙스가 풍기지만, 영화 자체는 강력한 페미니즘 영화라고만 보기엔 힘들 것 같다. 영화는 카산드라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통해 사회 전반적인 문제를 꽤나 흥미롭게 고발한다. 남에게 피해를 줬지만 잊어버리고 잘만 사는 족속들. 죄책감을 가져라! 아주 시의적절하게 최근 시국과 겹쳐서 그런지 더욱 와닿는 메시지였던 것 같다. 미국만의 이야기로만 볼 수 없다는 점이 씁쓸하기도 하다. 영화는 기본적인 복수극의 서사를 따라가다가 마지막에 한 번 비트는데, 이러한 방법 덕분에 복수의 통쾌함과 더불어 씁쓸함과 허무함도 아주 잘 전달한다. 아주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 영화를 따라가다 엔딩을 마주했을 때,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통쾌한 감정과 동시에 괜히 씁쓸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어 눈시울을 붉히게 하기도 하는, 아주 영리한 영화다. 정말 정말 매력적이다.

캐리 멀리건은 단연 이 영화의 특장점이자 보물이다. <인사이드 르윈>으로 처음 만나 계속 눈여겨보고 있는데, 기본적인 연기력은 물론, 극을 이끌어가는 힘이 대단한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배우가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고, 단순히 말하거나, 무언갈 바라보거나, 그냥 걷기만 하는데도 흡입력이 장난 아니다. 더불어 다채로운 역할을 맡는, 연기 변신이 아주 뛰어난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당장 얼마 전 개봉한 <더 디그>에서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 캐리 멀리건의 원맨쇼다. 보 번햄이라는 조연 배우도 참 흥미롭게 봤다. 라이언이라는 캐릭터를 아주 잘 표현했달까. 알리슨 브리 등 나름 익숙한 배우들의 모습도 보인다. 영화의 어쩌면 가장 큰 매력은 아마도 사운드트랙이 아닐까 싶다. 시작부터 귀를 확 사로잡는 강렬한 노래로 시작해 시종일관 굉장히 힙하고 세련된 음악들로 관객들을 홀린다. 아주 매력적이고, 가끔가다 익숙한 90년대 노래들을 현대적으로 편곡해 틀어주는데, 정말 너무나 좋다. OST가 깔리고 캐리 멀리건이 연기할 때는 정말 엄청난 장력을 뿜어낸다. 촬영 자체도 상당히 훌륭한 편이다.

정말 기대하고 봤는데, 그 이상으로 만족한 영화다. 기존 복수극의 통쾌함은 물론, 사회 전반적인 문제까지 꼬집은,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련됨으로 무장한 현대적인 복수극, <프라미싱 영 우먼>이다.




총점 - 8.5
캐리 멀리건의 호연과 세련된 쫀쫀함으로 무장한 연출이 선사하는 서늘한 흡입력.
매거진의 이전글 <이레셔널 맨/Irrational Man>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