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다/#Alive>

살아있기는 무슨.

by 팬서

솔직히 기대했던 영화였다. 한동안 못 봤던 유아인과 박신혜를 스크린에서, 그것도 좀비물에서 본다는 것도 흥미로웠고, 또 정말 오랜만에 극장에서 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치를 조금씩 올려가던 영화였다. <부산행>부터 <킹덤>까지 한껏 인기를 끌었던 K 좀비도 이젠 식상해져가는 가운데, <#살아있다>가 얼마나 차별성을 둘 것인가도 궁금했다. 그렇게 기대감을 한껏 안고 극장에 들어섰다. 이미 죽어있는 영화라는 사실도 모른 채.




영화는 인터넷 방송을 하던 오준우가 갑작스러운 정체불명의 대규모 습격으로부터 집에 갇힌 후, 건너편에 있던 김유빈과 만나고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개봉 전부터 인터넷이 안되는 환경에서 인터넷 방송인의 생존이라는 설정을 계속 강조했었고, 포스터에도 그런 문구가 있어서 당연히 어떤 신선한 형식의 스토리가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오산이었다. 영화에서 인터넷과 SNS, 혹은 방송과 관련되어 전개되는 요소는 단 하나도 없다. 영화 초반에 사진을 찍어 올리고, 몇몇 기록들을 남긴 후 아예 사라져버린다. 애초에 이러한 설정을 홍보했음에도 이런 식으로 소비했다는 것도 어이없는데, 그 이유가 영화를 전개하다 보니 딱히 쓸만한 장면이 없어서 버린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더욱 아쉽다.


개연성은 정말 갖다 버렸다고 봐도 무방하다. 처음부터 아무런 신호 없이 갑자기 재난 상황이 벌어지더니, 정말 이해를 할 수 없는 주인공들의 행동과, 상황에 맞지 않는 여유 있는 대사는 보다가 헛웃음을 지을 정도였는데, 특히 라면을 끓여먹는 장면에서 오가는 대사는 말이 안 나왔다. 스토리 자체도 오직 두 인물의 생존에만 집중한 것도 아니고 좀처럼 목적을 알 수 없는 형태로 존재한다. 이야기가 흘러간다는 것보다는 그저 각각의 사건을 이어붙였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이질감이 크게 느껴지고 반전이랍시고 내세운 인물은 너무 티를 팍팍 내 보는 맛이 없어진다.


애초에 좀비라는 설정 자체가 픽션이라 현실성을 잘 따지지는 않는데, 좀비를 제외하더라도 재난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이 너무 현실성이 떨어져 매우 어색하게 느껴진다. 구조헬기가 갑자기 영웅처럼 등장하는 장면은 실소가 나왔고, 막바지에 5만 명 밖에 감염이 안되었다는 뉴스를 보곤 너무나 황당했다. 그 동네에 다 몰려있는 거였나.


관객들을 놀라게 하는 방식도 점프 스케어만 주구장창 써대 효율이 떨어지고 보는 내내 지친다. <킹덤>만 보더라도 점프 스케어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긴장감과 공포감을 심어줄 수 있는데, 이런 올드 한 방식의 점프 스케어의 사용으로 영화를 너무 구시대적인 호러물로 전락시켜버린다. 또한 캐릭터는 너무 허접하고 낭비되며, 천하무적인 존재로 나온다. 문도 부수고 줄도 타는 막강한 줄 알았던 좀비떼를 상대로 무쌍을 찍는데, 이럴 거면 대체 왜 20일 동안 굶으면서 갇혀있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최근에 거의 보지 못했던 주인공 버프를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유아인과 박신혜의 충분하고 훌륭한 연기, 빵빵한 사운드, 나름 최신 기술을 적용하려 했던 노력은 좋았지만, 이렇게 스토리가 개연성이 전무한 영화는 또 오랜만이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글도 잘 안 써진다. 제값 내고 안 봐서 망정이지, 4천원 주고 봤으니 4점은 주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괘씸해서 더 깎음) 어쩌면 올해 가장 망작일 수도 있는 영화, <#살아있다>다.




총점 - 3.5
이미 죽은 지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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