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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Jun 29. 2020

<다크 워터스/Dark Waters>

기억해야할 숭고한 헌신.

실화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장점과 단점을 둘 다 가지고 있다.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을 다루면서 관객들의 관심을 높이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기도 하지만, 이미 결말을 알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기도 하다. 그래서 이러한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결말보단 그 과정에 집중하게 하는 연출이 중요한데, 때문에 연출을 인정받으면 실화 바탕 영화는 많은 찬사를 받는다. 그리고 여기, 우리에게도 친숙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가 있다. 마크 러팔로와 앤 해서웨이 주연, <스포트라이트> 제작진의 영화, <다크 워터스>다.




영화는 1998년 한 농장에서 발생한 소 떼의 죽음의 원인이 듀폰 사의 PFOA라는 것을 밝히면서 많은 것을 희생하면서 고군분투하는 롭의 이야기를 그린다. 하나의 사건을 오래 끌고 간다는 점과 주인공은 사건을 해결하겠다는 일념 하에 많은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싸운다는 점에서 데이빗 핀처의 2007년 작 <조디악>과 상당히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또한 호흡을 길게 가져가면서 잔잔하게 흘러가지만, 영화의 시간은 1년 단위로 빠르게 넘어간다는 점, 성공의 기미와 좌절이 반복되는 점이 상당히 유사하다. 다만 <조디악>보다는 러닝타임이 30분가량 짧고, 또 조력자의 수도 많기 때문에, 관객들의 부담은 줄어들고 훨씬 흥미롭고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다.


대기업에 맞선 법정 사건을 다루지만 시원하고 통쾌한 결말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보다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연출되었다. 사건이 처음 발생한 1998년부터 영화의 결말인 2012년까지 오랜 기간 동안 처절하고 힘들게 싸워왔지만 그 끝은 드라마틱 하지 않고, 정의를 실현했다고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싸워오는 주인공을 보면서 권력의 부당함과 기업의 잔인함, 약자들의 무기력함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해준다. 이러한 전개 방식과 결말을 택하면서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실화 영화의 약점을 최소화시킨다.


이러한 영화에서 가장 먼저 집중해야 할 것은 홀로 싸우는 주인공의 고독함과 내외적 갈등이다. 그런 점에서 영화는 이 부분을 상당히 잘 잡았다고 볼 수 있겠다. 선의를 위해 싸우지만 돌아오는 따가운 시선으로 고민하고, 여러 위협으로 매일 긴장하며 지내는 주인공. 그로 인해 몸은 망가지고 회사와 가족, 특히 아내와의 사이도 틀어지는 과정을 잘 그려냈다. 이런 캐릭터의 형성은 연출과 함께 배우의 연기가 상당히 중요한데, 마크 러팔로의 연기는 정말 훌륭했다. 특히 영화 중후반, 주차장에서 폭탄이 숨겨져 있을까 봐 차의 시동을 쉽사리 걸지 못하는 롭의 장면은 정말 압권이다.


영화에서 또 인상 깊었던 것은 실존 인물의 카메오 출연과, 실제 뉴스 방송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방식을 사용하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더욱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사건을 효과적으로 각인시킨다. 필자는 특히 우리나라 뉴스 방송을 보면서 놀랐고,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강렬하지는 않지만, 실화라는 양날의 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잘 그려냈다는 점에서 충분히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배우들의 명품 연기와 더불어, 듀폰 사건과 헌신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주게 하는 영화, <다크 워터스>다.




총점 - 8.5
희생과 헌신의 무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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