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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Mar 20. 2021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결국엔 팬들을 만족시키는 숨겨왔던 모든 것의 대방출.

조스 웨던이 마무리한 2017년의 <저스티스 리그>를 뒤늦게 본 입장에서 개봉 당시 기대를 안고 보았을 팬들의 좌절감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굉장히 실망했기에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를 많이 기대했습니다. 극장판의 정말 처참한 완성도를 목격하고 뭐가 되었든 이것보다는 잘 만들었겠지라는 생각이었지요. 정말 확실히, 조스 웨던의 <저스티스 리그>보다는 낫더군요. 다만 이러한 점을 가산점으로 치지는 않겠습니다. 영화가 만들어진 취지 자체가 <저스티스 리그>보다 재밌으라고 한 거니까요. 그리고 할애된 러닝타임도 4시간이나 되구요. 극장판보다는 무조건 재미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아무튼 영화는 시작부터 만족스러웠습니다. 이게 DC의 분위기다는 걸 보여주는 듯한 다크 한 시작은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했네요. 일단 전개 자체가 굉장히 깔끔해서 각 캐릭터들의 솔로 무비가 부재함에도 이를 나름 잘 커버해 준다는 느낌이 들었네요. 4시간의 러닝타임이 장점으로 작용하느냐, 아님 단점으로 작용하느냐가 가장 관건이었는데, 솔직히 좋은 점도, 나쁜 점도 보였지만 일단 꽤나 효과적이었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우선 4시간이라는 방대한 시간만큼 기존 부족했던 캐릭터의 서사를 정말 잘 채워 넣는데, 이 부분이 정말 만족스러웠네요. 기존 <저스티스 리그>는 2시간의 분량에 기본적인 것들만 집어넣기 급급해서 슈퍼맨의 원맨쇼로 끝이 났는데,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는 각 캐릭터 구축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팀플레이란 이런 것이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줍니다. 긴 시간을 사용해 팀이 모이는 과정을 차근차근 쌓아올리고, 마지막 클라이맥스의 전율을 얹어놓는 꽤나 뛰어난 연출을 보여준 잭 스나이더 감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간지는 잭 스나이더가 가장 잘 하는 것 중 하나니까요.

개인적으로 정말 마음에 들었던 것은 기존 <저스티스 리그>에서 외면받았던 캐릭터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는 겁니다. 기존 <저스티스 리그>에선 캐릭터들을 모아놓고선 슈퍼맨 하나로 끝내버리는 정말 허무한 전개를 보여주면서 캐릭터를 이렇게 밖에 못쓰나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여기선 각 캐릭터의 활약과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네요. 슈퍼맨은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팀플레이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세계관 최강자가 아닌 한 명의 팀원으로 보였고, 원더우먼과 아쿠아맨도 좋았습니다. 배트맨은 역시 조금 아쉽긴 하지만 이전보단 백배 좋아졌고요. 장족의 발전이라고 보아도 될 캐릭터들은 단연 플래시와 사이보그입니다. 이들의 서사를 추가하면서 캐릭터를 어떻게 살려내는지를 거의 완벽하게 보여줬다는 생각이 드네요. 특히 플래시는 정말. 클라이맥스에서의 활약은 전율이 돋게 만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퀵 실버 장면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이와 맞먹을 정도의 쾌감을 선보였습니다. 기존 <저스티스 리그>에서 보여줬던 플래시 액션과는 완전히 다른 수준이구요.

이외에도 촬영도 뛰어났으며, 액션신은 말할 것도 없고, 음악(특히 원더우먼 테마를 변주한 곡)도 정말 훌륭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도 눈에 띄었는데요. 4시간이라는 방대한 분량을 다루기 힘들었는지 몇몇 장면들이 꽤나 난잡하게 배치되어 있다는 생각도 들고, 굳이 필요 없어도 되는 신들도 보였습니다. 마지막 에필로그는 조금 사족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네요. 잭 스나이더 특유의 슬로우 모션도 많이 사용되는데요, 조금 과하게 사용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구요. 일단 기본적으로 잭 스나이더가 기존에 지니고 있었던 단점들이 많이 보였던 것 같습니다. 뭐, 원래 잭 스나이더가 거장 소리를 듣는 감독은 아니었으니 완벽한 영화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저스티스 리그> 자체가 워낙 허술한 스토리다 보니, 여러 구멍들을 최대한 메꾸긴 했습니다만 그 플롯 자체에서 오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네요. 이건 급하게 팁-업 무비로 이어간 워너의 판단 잘못이 제일 크다고 봅니다. 이 정도면 정말 잘 커버했다고 생각하네요.

일단 정식 개봉하는 영화로 제작한 것도 아니고, 원래 있었던 영화를 감독판으로 제작한 영화인 만큼, 완성도가 엄청 뛰어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DC 팬들, 그리고 슈퍼히어로 팬들에게 있어선 최고의 선물이 될 거 같네요. 저도 정말 만족하면서 봤습니다. 잭 스나이더가 감독한 DC 삼부작 중에 가장 좋았던 거 같네요.




★★★☆
:결국엔 팬들을 만족시키는 숨겨왔던 모든 것의 대방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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