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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Jul 12. 2020

<프리즌 이스케이프>

자유를 위한 위험한 모험.

감옥 탈출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많지 않다. 가장 유명한 영화는 <쇼생크 탈출>이 있지만 그 외에 다른 영화는 생각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이미 정해져있는 결말과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한정적이라는 것인데, 거기에다 실화까지 들어가면 관객들을 공략하기가 더 힘들어진다. 다만 훌륭한 연출과 연기면 끌어내기 힘든 평단의 호응을 어느 정도 커버할 수가 있는데, 연기력만큼은 인정받은 다니엘 래드클리프 주연의 실화 배경 영화, <프리즌 이스케이프>가 그 예이다.




영화는 아파르트헤이트 시절,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인권 운동을 하던 팀과 스티븐이 수감된 후, 15개의 강철문을 열 열쇠를 만들며 탈옥하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는 실화를 배경으로 탈옥 과정을 그려야 한다는 불이익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상당히 잘 유지하는 편인데, 앞뒤 상황을 길게 설명하기보다 감옥 생활에만 많은 시간을 투자한 결과인 듯하다. 인물들의 대사가 그리 많지 않고, 그저 배우들의 숨소리와 어두운 감옥의 분위기만으로만 압도하는 연출은 칭찬할 만하다. 특히 막판 20분, 대대적으로 숨 막히는 탈옥 작전을 시도하는 장면은 압권이자 영화의 백미다. 긴 시간 동안 긴장감을 아주 잘 유지한 만큼 약 105분 동안 참아온 관객에게 보상처럼 따라오는 약간의 통쾌함과 시원함도 만족스럽다. 

여러 사건이나 인물관계가 등장하지 않아 난잡한 스토리가 아니고, 탈옥 자체에만 집중해 담백하면서 깔끔한 스토리를 그려낸다는 점도 좋다. 특히 나무로 만든 열쇠라는, 지금까지 봐왔던 탈옥 도구들보다는 다소 독특한 도구를 잘 활용하는 편이다. 보통 화려한 폭발물로 터뜨려 탈출하거나, 혹은 땅이나 벽을 파서 탈출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열쇠를 제작한다는 점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다만 열쇠를 만드는 과정이 디테일하게 보이기보다는 숨기는 과정이나 탈출로를 확보하는 과정을 더 신경 쓴 것처럼 보였으며, 열쇠 말고 돋보이는, 그러니까 애초에 기대했던 두뇌를 쓰는 탈출 방법이 없었던 것도 개인적인 아쉬움 중 하나다.

<해리 포터> 이후 자리를 잘 잡지 못하는 듯 보였던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연기력만큼은 인정받는 수준이다. 여기에서도 다니엘 래드클리프를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력은 아주 뛰어나다.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404일 동안 잠도 자지 못하면서 열쇠를 제작, 탈옥 준비를 하면서 고뇌하며 힘든 상황을 잘 그려내고, 교도관 역의 배우들은 영화의 몰입도와 긴장감을 배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긴장감 유지의 5할은 압도적인 분위기를 이끈 연출, 그리고 나머지 5할은 배우들에게 있다고 봐도 될 정도다.

가장 유명한 탈옥 영화 <쇼생크 탈출>처럼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거나 울림을 주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파르트헤이트라는 시대적 배경을 깔고 가기 때문에 현재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사건인 인종차별에 대해 조금이나마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편이다.

열쇠라는 요소 말고는 독특하거나 튀는 점이 없어 세련된 탈출극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다만 실화 배경임에도 긴장감을 잘 유지한 연출과 연기는 상당히 좋게 본다. 같이 탈옥한 듯한 느낌을 전해주는 영화, <프리즌 이스케이프>다.




총점 - 8
자유를 위해 감수해야 하는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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