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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Jul 16. 2020

<반도/Peninsula>

무엇을 기대하는지에 따라.

최근 들어 유행 중이라는 이른바 K-좀비는 확실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기존과는 다른 강렬하고 스피드한 좀비를 내세우며 긴장감을 유발하는 것에 집중했고, 그것을 가장 잘 활용한 작품이 바로 열풍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는 <부산행>이었다. <부산행>은 신파적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지만 열차 안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잘 활용했고, 마동석 등의 배우를 내세워 매력적인 캐릭터를 구축해 나가면서 나름 만족스러운 좀비 영화였다. 그 이후,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지만 완전히 다른 스토리와 캐릭터를 내세운 영화가 등장했는데, 온갖 기대와 걱정을 한 몸에 받았던 영화, 바로 <반도>다.




영화는 한국인을 난민으로 받아주지 않는 상황에서 홍콩에서 지내던 정석과 그 일행이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 달러가 들어있는 트럭을 가지러 금기시된 반도에 다시 들어간 다음, 여러 인물들을 만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애초에 <반도>가 개봉하기 전 가장 많이 언급되었던 점은 바로 <부산행>만의 매력을 가지고 오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그 걱정대로, 한정된 공간 속에서 생존이라는 확실한 매력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또한 이 영화의 메인 포인트인 좀비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모습도 보인다. 영화 초반 난민과 관련된 설정으로 참신함과 더불어 관객들에게 조금 더 흥미롭게 다가오는 스토리를 만들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도 든다. 또한 영화의 개연성도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뚜렷한 이야기보단 갈피를 잡지 못하는 스토리라인 때문에 집중하기가 많이 힘들다.


극 중 액션의 많은 부분을 할당하는 카 체이싱 장면은 <반도>의 확실한 장점이다. 다만 이 또한 아쉬운 점도 함께 있는데, 레이싱 장면을 직접 촬영하기보다는 CG에 더욱 의존을 하는 바람에, 스피드함은 조금 더 살았을지 몰라도 묵직해야 할 액션이 너무 가벼워 보인다는 점이다. 차가 튕기고 날아다니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해 CG에 이질감이 들 때도 있으며, 화려하긴 하지만 긴장감이 조금 떨어지기도 한다. 게다가 좀비물인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로 카 체이싱 장면을 너무 남발하는 바람에 좀비물을 기대했던 관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필자도 조금 만족스럽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좀비를 조금 더 많이 다뤄주었으면 두 액션의 확실한 시너지를 기대해볼 만도 했을 것 같은데, 아쉬운 부분이다.


이 영화의 치명적인 단점은 캐릭터의 매력이 <부산행>에 비해 너무나 떨어진다는 점이다. 캐릭터를 너무 단편적이고 단순하게 구축하고, 각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캐릭터의 행동거지에 대해 납득이 가질 않거나, 캐릭터에 이입하기가 쉽지 않으며, 무게감 또한 떨어지는 악재를 불러왔다. <부산행>은 마동석, 김의성 등의 확실하고 매력 있는 캐릭터 구축을 했고, 인물 관계를 조금 더 신경 썼는데, <반도>는 그렇지 않다. 이 부분을 조금 더 다듬고 탄탄하게 만들었으면 뒤에서 언급할 신파의 아쉬움도 조금 줄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의도를 알 수 없는, 그저 일회용 소모품으로 활용하는 캐릭터가 많아 극에 집중하기는 더 힘들어지고, 개연성을 납득하기도 쉽지 않다.


영화의 가장 논란인 신파는 상당히 많은 편이다. 필자는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갔음에도 많은 편이었으며, 전작인 <부산행>보다도 많고, <백두산>, 심지어는 <판도라>보다도 심할 정도다. 개인적으로 후반부로 갈수록 보기 힘들 정도였는데, 눈물이 나오기는커녕 언제 끝나나 지루해질 정도였다. 이 신파가 또 후반부에만 몰려있는 것이 아니라 초반 중반 후반에 다 깔려 있는데, 중반부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후반부에서 선을 넘어버리면서 결말에까지 영향을 준다. 겹치고 겹치는 신파로 결말까지 상당히 루즈해지는 편이며, 깔끔한 스토리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은 좋게 보지는 못하겠다. 그만 우려먹을 때도 되지 않았나.


<부산행>의 특별한 매력을 끌고 오지 못하고, 좀비의 영향이 많이 적은 것으로 보아 관객들에게 엄청난 호응을 이끌어낼 성격의 작품은 아닌 듯하다. 하지만 기본은 하는, 평균적인 한국형 블록버스터 작품이며, 이전에 개봉한 <#살아있다>보다는 훨씬 나은 편. 무엇보다도 계속해서 침체기에 머물러있는 극장가를 살리려 노력하는 부분은 응원하고 있는 중이다. 기대치에 따라 평이 크게 갈릴 작품, 영화 <반도>다.




총점 - 5.5
 체이싱과 좀비의 주객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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