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팬서 Jul 18. 2020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선택하는 인생의 소중함.

제목을 들었을 때 가장 궁금했던 영화를 하나 꼽자면 바로 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였다. 제목만 들어서는 도통 이 영화의 이야기를 알 수 없고 심지어는 장르조차 알아차리기 힘들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정말 기발한 제목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게 해준다. 개인적으로 패션 관련된 영화라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란 경험이 있는데, 앤 해서웨이와 메릴 스트립이 나온다고 해서 관심을 가졌던 영화다. 현시대 사람들의 진정한 고민을 아름다운 영상미로 함께 잘 그려낸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다.




영화는 대규모 패션 잡지 회사 '런웨이'의 편집장 미란다의 차석 비서로 들어간 앤디가 고단하고 힘겨운 직장 생활을 버텨내며 진정한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의 분위기는 꽤나 밝고, 경쾌하게 흘러간다. 중간중간 코믹한 장면도 많으며, 위트 있는 대사도 있고,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장면도 포함되어 있다. 다만 이런 전반적인 분위기를 가졌음에도 영화 자체는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은 확실한 장점이다. 현 사회에 대한 문제를 잘 그려내고, 직장인이 겪는 갈등과 고민에 대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는 점은 이 영화만의 특별함이다.


영화가 시작한 지 20분도 채 안 돼서 각 캐릭터의 성격을 완벽히 파악할 만큼 초반부터 짧고 강렬하게 캐릭터를 구축한다. 이렇게 명확하고 확고한 스타일을 가진 캐릭터를 구축한 것은 각 인물의 갈등과 관계로 주를 이루는 이 영화를 훨씬 더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각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가 캐릭터를 살리는 데 큰 공을 세우는 영화들 중 하나다. 특히 이미 명품 배우로 익히 알려진 메릴 스트립의 미워할 수 없는 미란다 연기는 영화를 압도한다. 주인공 앤 해서웨이의 매력도 매우 뛰어난데, 아름다운 마스크를 기반으로 여러 옷들도 잘 소화하는 편이며, 공과 사 사이에서 갈등하는 역할도 잘 해냈다고 본다.


상당히 힘든 직장 생활로 행복했던 기존 자신의 사생활이 망가져 가면서도 자신에게 기회가 오기까지 오랜 시간 기다리며 버티는 인물들을 보여주며 현시대의 직장인의 모습과 사회의 아픈 곳을 잘 보여주는 편이다. 특히 주인공 앤디가 패션을 중요하지 않게 보다가 어느새 일에 빠져 친구들과의 관계가 멀어지고, 무의식적인 욕망 때문에 이 일을 잡고 있음을 깨닫는 장면도 그려내면서, 선택권 없는 삶을 살면서까지 화려한 인생을 추구하기보단, 사랑을 중요시하며 자신만의 선택을 가지는 삶을 살라는 나름의 인생적인 교훈도 던져준다.


다만 이를 설명하는 친구들과의 갈등의 원인과 과정이 깔끔하지 않고 약한 부분은 조금 아쉽다. 이러한 부분으로 몇몇 관객들은 캐릭터의 선택에 대해 납득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으나, 러닝타임이 109분으로 짧은 편이니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점차 변해가는 앤 해서웨이의 화려한 패션과 활기찬 뉴욕, 아름다운 파리 등 도시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나름 개인적으로 앤 해서웨이의 아름다움의 끝을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가볍게 보면서도 지금 인생에 대해, 또 앞으로의 삶에 대해 나름 진지한 고민을 하도록 감명 깊은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을 봐선 상당히 좋은 영화다. 2006도 작이다 보니 현대에는 조금 맞지 않는 장면들도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재밌게 보았던 영화다. 화려함과 그 뒤에 숨은 아픔, 또 하나의 교훈까지 얻어 갈 수 있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다.




총점 - 8.5
화려함과 어두움의 경계선 위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반도/Peninsula>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