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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Jul 19. 2020

<프레스티지/The Prestige>

끈질긴 복수심의 끝은.

현시대 최고 감독을 논하자면 무조건 빠지지 않는 이름이 있다. 바로 크리스토퍼 놀란이다. 특유의 연출과 소름 돋는 스토리로 관객들을 홀리는 플롯의 마술사인 놀란은 수차례 흥행과 비평을 모두 잡아낸 영화들을 만들어 냈다. 놀란의 대표작들을 모르는 경우는 거의 드문데, 유독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꼽자면 단연 이 영화 <프레스티지>일 것이다. <다크나이트>나 <인셉션>을 만들며 유명세를 치르기 이전이지만 놀란만의 확실한 색깔만은 엿볼 수 있고, 화려한 캐스팅과 마법 장면들로 눈이 즐거운 영화, <프레스티지>다.




영화는 마술에 열정이 넘치는 마술사이자 친구였던 엔지어와 보든이 불의의 사고로 인해 멀어지면서, 서로에 대한 시기와 질투로 인해 점차 목숨까지 거는 위험한 도전까지 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놀란이 감독한 영화인 만큼 놀란의 특별한 점인 시공간을 뛰어넘는 연출은 여기에서도 잘 보인다. 이리저리 시간을 건너뛰며 진행되는 이야기가 결말에 다다르면서 딱딱 맞을 때 오는 쾌감은 여전히 놀란의 영화만의 장점 중 하나다. 또한 결말을 첫 장면에,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 넣는 수미상관의 구조를 이루면서 같은 장면이 어떻게 다르게 보이는지 관객들에게 보여주는데, 이것 또한 놀란의 특기 중 하나다. 영화 전반에 깔려있는 철저한 복선과, 잘 뿌리고 거두는 떡밥은 그저 놀라울 뿐이며, 이러한 점들을 보며 놀란이 플롯의 마술사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다.


<프레스티지>는 마술사에 대한 이야기지만, 마술이 스토리의 주를 이루지는 않는다. 화려한 볼거리보단 서로에 대한 시기와 질투, 그리고 끝이 없는 복수심으로 인해 어떻게 인간이 망가지는지 그 과정을 잘 그려낸다. 그저 경쟁심으로 인해 주위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고 그저 상처만을 주며 결국에는 선을 넘어버리면서 파멸하는 두 마법사들을 보여주는데, 이를 통해 인간의 추악함을 아주 잘 나타낸다. 인상 깊었던 것은 복수심에 대한 본질이 처음과는 완전히 달라지면서 단지 상대방을 싫어하는 것에 그치는 것을 보여주듯이 아내는 어떡하냐는 올리비아의 질문에 죽은 아내는 상관없다고 답하는 엔지어의 모습이다. 복수심은 정당화될 수 없고, 복수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위에 대한 이야기는 어쩌면 특별하지 않을 수 있지만, 관객들에게 더욱 다가오게 만든 것은 각 캐릭터의 역할이 컸다. 두 마법사의 관계가 처음 틀어지는 원인과 갈등이 점점 심화되고 악화되는 그 과정을 잘 그리며 관객들로 하여금 인물들의 행동에 답답해하면서도 납득이 가게 한다. 그럼에도 세세한 설명들은 많이 제외하는데, 이로써 극이 복잡해지거나 늘어지는 불상사를 막고, 조금 더 편안하게 영화를 볼 수 있게 한다. 또한 상당히 수준급의 캐스팅으로 배우들을 보는 맛도 있으며, 이것도 확실한 장점 중 하나다.


놀란의 특기 중 하나인 반전 또한 영화에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쉽게 예측이 가능하고, 실제로 필자는 중후반까지는 예상했던 그대로 스토리가 흘러갔다. 하지만 한 번 더 꺾는 부분이 있어 반전의 맛은 충분히 느낄 수 있으며, 설령 예측을 했다고 해도 결말까지 이어지는 스토리는 흥미진진하기 때문에 지루해지지는 않는다.


놀란만의 특별한 세계관이나, 그리고 그만의 흥미로운 설정들이 없다는 점은 조금 아쉽다. 스토리는 탄탄하지만 확실히 끌리는 요소는 없어, 그저 캐릭터를 잘 살린 웰메이드 시대극으로 보일 수 있다. 덕분에 다른 놀란들의 명작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평이하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그거는 놀란의 기대치가 너무 높은 편이라서 그런 것일 수도.


놀란의 장점이 확실히 드러났지만, 워낙 높은 놀란의 기대치 때문에 평범하게 보일 수 있다는 점은 아쉽다. 다만 놀란의 초기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란의 준비운동이라고 보면 충분할 것 같다. 인간의 어두운 모습을 시대극으로 잘 녹여낸 놀란의 작품, <프레스티지>다.




총점 - 8.5
가장 화려하지만 가장 위험한 '프레스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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