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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Jul 20. 2020

<플로리다 프로젝트>

아름다움 뒤에 감춰진 아픔.

아프고 날카롭게 세상과 사회의 문제를 꼬집는 영화는 아주 많다. 강력한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던져준다는 장점도 있지만, 단편적인 기억으로만 끝이 난다는 단점도 나름 크게 작용한다. 그래서 이러한 형식의 영화를 연출하는 감독에겐 메시지 외에 관객의 뇌리가 강하게 박힐 무언가가 필요한데, 이 영화를 제작한 션 베이커는 아름다운 보랏빛과 분홍빛의 색감을 이용해 제작하기로 선택했다. 비록 아카데미에서는 외면받았지만, 충분히 인정받을 만한 작품이었던 영화, 포스터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의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다.




영화는 플로리다 디즈니 월드 건너편 모텔 '매직 캐슬'에서 엄마 '핼리'와 함께 사는 '무니'가 '스쿠티'와 '잰시'등의 친구들과 함께 지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에서 상당히 많이 등장하는 보랏빛과 분홍빛의 아름다운 풍경과 완전히 대조되는 극 중 상황들은 여러 번 머리를 세게 맞은 듯한 충격을 선사한다. 한없이 아름답지만 한없이 아픈 현실을 보여주듯, 아름다운 곳에서 누구보다 아프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묘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아이들과 어른들의 행동의 차이, 생각의 차이, 그리고 화려한 디즈니 월드와 매직 캐슬 모텔의 색깔은 비슷하지만 너무나도 다른 환경은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아무리 밝은 색으로 덧칠해도 감출 수 없는 현실은 너무나도 아프다.

극 중 내내 누구보다 행복해 보이지만 분명히 어딘가 잘못된 무니와 핼리, 그리고 그 친구들을 보면서 마음 한편이 찡하게 아려온다.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하게도 결말은 정해져 있었지만 속으로는 그러지 않기를 바라면서 영화를 보는 내내 밀려드는 알 수 없는, 정체 모를 감정. 당연하고 정당한 걱정일까 아니면 쓸데없고 오지랖 넓은 동정심일까. 영화는 무니의 미래에 대해 해답을 던져주기보단, 무니가 행복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한다. 그 후, 영화의 마지막 꿈만 꾸던, 지금까지 지내던 곳과 완전히 상반된 곳이자 꿈과 희망의 장소로 믿고 있던 곳으로 손을 잡고 뛰어가는, 어쩌면 다시는 못 볼 절친한 두 사람의 뒷모습은 여운이 상당히 짙게 남는다. 

무니의 첫인상을 좋게 소개해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안 좋은 생각이 들 정도로 잘못된 행동을 하는 무니의 모습을 시작하자마자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가 흘러가면서, 무니와 그 엄마 핼리가 처한 현실과 아이들만의 순수함, 그리고 어른들의 사정을 다 알지만 모른 척해주는 성숙함을 잘 보여주면서 무니와 친구들을 미워할 수 없게 하며, 결국 마지막 장면에선 그저 안타깝게 만든다. 그 속에서 때론 무뚝뚝하게, 때론 친절하게 그 누구보다 아이들과 핼리를 아끼는 바비에 모습에서 해결책이 아닌, 영화가 전해주는 하나의 따뜻함이자 든든한 버팀목, 그리고 작은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이런 영화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은 아역배우들의 연기인데, 무니 역의 브루클린 프린스를 비롯한 발레리아 코트, 크리스토퍼 리베라의 연기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연출된 영화가 아니라 하나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효과로 인해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현시대의 부모, 육아, 친구, 그리고 사회 문제에 대한 비극을 보랏빛과 분홍빛의 황홀함을 입혀 너무나도 아름답게, 그래서 더 아프게 그려낸다. 

정답을 확실하게 던져주기보단 많은 생각을 직접 할 수 있게 메시지를 보내는 편이며, 여운이 상당히 짙게 남는 편이다. 어떤 영화보다 행복하지만 우울하게, 아름답지만 어둡게, 천진난만하지만 성숙하게, 우리 사회의 아픈 곳을 찌르며 감정을 건드는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다.




총점 - 10
이 세상 모든 무니와 핼리가 행복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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