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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Jul 23. 2020

<노팅 힐/Notting Hill>

Indefinitely.

개인적으로 로맨스나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본 적이 거의 없다. 싫어하는 장르라기보다는 딱히 끌리지 않을뿐더러,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아서인데, 그 유명하다는 <노트북>이나 <어바웃 타임>, 심지어는 <러브 액츄얼리>도 안 본 작품이다. 그래서 계속 시도해봐야지 하고 묵혀두고 있는 영화들 중에 로맨스 영화의 비중이 상당히 많은데, 어제 우연히 로맨스 장르의 전설적인 작품을 접하게 됐다. 로맨스 영화의 교과서라고도 불리는, 줄리아 로버츠와 휴 그랜트 주연의 영화, <노팅 힐>이다.




영화는 노팅 힐에서 평범한 여행 책자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윌리엄 태커가 우연히 세계적인 스타 애나 스콧을 만나면서 그 속에서 순수한 사랑을 찾는 이야기를 그린다. 일반 로맨스물 치고는 상당히 독특한 소재다. 보통 일반인들의 사랑을 다루는 것이 로맨스물인데, 세계적인 스타와 평범한 일반인의 사랑을 다룬다는 점은 상당히 참신하다. 그 덕분에 기존 식상했던 로맨스 영화와는 조금 다른 형식의 스토리를 그려낼 수 있는데, 일반적인 갈등이 아니라, 유명인이라는 사회적 위치로 인해서 벌어지는 생각과 상황의 차이를 보여준다는 점은 상당히 좋았다.


영화의 진짜 가치는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그 이상, 인생의 진정한 행복에 대해 다룬다는 점이다. 너무나도 다른 두 사람, 세계에서 널리 알려진 유명 배우와 지극히 평범한 서점 주인의 사랑을 다루면서 단순한 의견 차이로 인한 갈등보단 유명인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충, 그리고 평범함에서 우러나오는 행복의 소중함, 그리고 사랑은 사람 대 사람에서 이루어진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다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두 사람의 갈등, 그리고 그 속에서 찾아낸 진정하고 순수한 사랑은 관객들에게는 더욱 설레게 다가온다.


로맨스 영화 치고는 상당히 긴 124분이라는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지만, 난해하지 않고 상당히 깔끔한 각본은 좋다. 덕분에 지루하거나 루즈해지지 않고 재밌게 볼 수 있다. 여러 메시지를 던지고 있긴 하지만 로맨스 영화로서는 거의 완벽하다. 군더더기 없이 로맨스 영화의 기본 이상을 하는 작품이다. 다만 영화 초반부 애나와 윌리엄에 만남에 대해 설명이 부족하고 우연에 기댄 전개로 흘러가는 느낌이 드는 점은 조금 아쉽다. 물론 둘이 인연을 맺는 방법이 한계가 있기는 하겠지만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나름 롱테이크 장면이 많은 점은 의외였다. 덕분에 긴 호흡으로 잔잔하게 끌고 가는 영화의 분위기를 더욱 잘 살린다. 특히 영화 중반, 시간이 흐르며, 계절이 바뀌는 노팅 힐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살아가는 윌리엄의 모습은 그저 놀라웠다. 시간의 흐름을 상당히 효과적으로 나타냈다고 본다.


로코 여신인 줄리아 로버츠와 멜로 장인 휴 그랜트의 조합은 상당히 좋다. 선남선녀인 두 사람의 모습은 보고만 있어도 설레는 느낌인데, 어쩌면 그게 로맨스 물의 가장 큰 역할이지 않을까 싶다. 많은 분들이 공감하듯이, 영화의 마지막 기자회견 장면은 정말 압권이다. 윌리엄의 질문과 애나의 답변, 그리고 흘러나오는 OST 'She'의 조합은 로맨스 영화에 두고두고 회자될 명장면을 만들었다.


진정한 사랑에 대해 유명 배우와 일반인의 사랑을 주제로 효과적으로 다루면서, 로맨스 영화의 기본도 충분히  영화다. 사랑에 있어선 직업, 사회적 위치보단 상대방에 대한 진심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영화, <노팅 >이다.




총점 - 9.5
'무기한으로' 사랑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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