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팬서 Jun 17. 2021

<동사서독 리덕스/東邪西毒>

칼과 술로 떠나간 인연들에 대한 시를 짓는다면.

<동사서독 리덕스>는 1994년 개봉한 <동사서독>을 왕가위 본인이 재편집해 2008년 개봉한 영화입니다. 기존 1994년 <동사서독>을 찾아본 뒤 관람하려 했는데 94년 버전을 볼 방법을 찾지 못해 비교하는 건 못하겠네요.

왕가위는 60-70년대 홍콩 배경을 그린다고만 생각했는데 무협영화를 만나니 좀 새롭더군요. 다만 제가 무협영화를 즐길 수 있는 취향은 아니라서 그럭저럭으로 봤습니다. 요즘엔 무협영화가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이런 작위적으로 과장되고 화려 화려한 액션을 좋아하지도 않았거든요. 그래도 나름 신선하다고 생각은 했는데, 센세이셔널하거나 충격적으로 다가오진 않았습니다.

다만 내용 자체는 매력적으로 다가왔네요. 왕가위 특유의 떠나간 인연들에 대한 이야기는 참 아련하고 여운이 남는데, 무협영화와 결합했음에도 이 색깔이 남는다는 게 정말 신기했습니다. 구양봉을 찾아오는 여러 인물들의 모습들이 주된 이야기인데, 이들이 아픈 이유는 칼을 맞아서가 아니라 사랑 때문일 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이렇게 보니 사막을 배경으로 한 게 아주 적절했다고도 느껴지네요. 전체적으로 칼과 술로 써 내려간 떠나간 인연들에 대한 시 같다고 느껴졌습니다.

장국영은 참 잘생겼고, 양조위도 아주 멋있게 나오는 영화인데요. 엔딩에 잠깐 등장하는 장만옥이 참 인상 깊게 남았습니다. 일반적인 무협영화와는 확실히 다른 영화이니, 딱히 취향은 아니더라도 가볍게 도전해보기 나쁘지 않은 영화 같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
:칼과 술로 떠나간 인연들에 대한 시를 짓는다면.


매거진의 이전글 <아야와 마녀/アーヤと魔女>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