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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Jun 13. 2021

<아야와 마녀/アーヤと魔女>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자들의 실로(失路)를 보는 것은 참 아프다.

솔직히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 작품이었습니다. 지브리가 2D를 버리고 3D(그것도 조악한 퀄리티의)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데 어떻게 걱정이 안되겠습니까. 걱정이 안된다면 거짓말이죠. 그래도 제가 너무 사랑하는 제작사인 만큼 보란 듯이 잘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근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았을 뿐이지요.

들리는 바로는 지브리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3D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고 하는데요. 다만 자신들이 잘하는 것을 포기하고 새로운 도전을 했습니다만 길을 잃어버린 듯한 모습이더군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것은 참 안타깝더군요. 엔딩크레딧에 2D 일러스트가 나오는데, 정말 마음에 들어서 굳이 3D로 제작했어야 했는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3D가 정말 디즈니/픽사 급으로 훌륭한 것도 아니고 3류 회사가 제작한 것 같은 외관에, 3D로 바뀌기만 했을 뿐 2D나 다름없는 움직임을 보여주니 참 애매했습니다. 그래도 걱정한 만큼 최악은 아니었는데, 성공했다고 보기에는 참 무리였네요.

일단 영화에서 가장 문제인 것은 스토리입니다. 아마 후속편을 염두에 두고 마무리를 지은 것 같은데, 당장 새로운 도전을 하는 마당에 기본적인 기승전결을 갖추기는커녕 괴상한 스토리 구조를 들고 왔으니 이걸 좋게 보기는 힘들더군요. 기승승승겨..ㄹ.. 이었던 것 같습니다. 스토리 전개에 이유라고는 보기 힘들고 같은 패턴을 반복하다가 뭔가 할 것처럼 보일 때 끝내버리거든요. 사실 결말 즈음 지브리의 느낌이 났던 것이 일말의 희망이었는데, 참 아쉽게 되었습니다. 잘만 다듬었으면 그래도 나름 흥미로웠을 거 같은데요.

캐릭터의 매력은 그다지였습니다. 모델링이 별로여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정가는 캐릭터가 하나도 없더군요. 아야는 뭐 귀엽긴 하지만 그냥 그랬고, 벨라 야가나 맨드레이크도 뭐 딱히 이렇다 할 지점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고양이 토마스가 귀여웠네요. 근데 하는 게 없는.. 후반부에는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시대의 흐름에 맞춰가겠다는 포부를 내세우며 선보인 작품이었지만, 결국 지브리가 현시대에서 길을 잃었다는 것을 증명해 준 작품이었네요. 고로는 아버지 능력의 반의반도 안된다는 것도 증명했구요. 지브리가 이젠 추억 속으로 사라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자들의 실로(失路)를 보는 것은 참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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