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파멸'이라는 일차원적인 시각에서 그친 채 더 나아가지 않는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현재까지 마지막 작품이자(은퇴 번복) 커리어 사상 최대 문제작인 <바람이 분다>입니다. 개인적으로 최대한 영화적인 부분만 보려고 노력했는데, 쉽지 않은 영화였고, 꼭 역사적인 이야기를 해야겠더군요.
우선 영화는 반전주의 영화입니다. 분명 전쟁은 파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고, 미화는 하지 않는 영화에요. 이건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겠습니다. 오히려 그 당시의 정부를 비판하는 대사들이 노골적으로 등장할 정도입니다. 다만 거기에서 그친 채 더 나아가지 않습니다. 일본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국가의 관객들은 '전쟁을 반대하는 영화구나' 하고 넘어갈 수준이지만, 그들의 만행을 낱낱이 알고 있는 우리와 주변 피해국들이 본다면 너무나 얄팍한 반전주의라는 것이 느껴지죠. 전쟁으로 자신들이 피해 입힌 타국들은 안중에도 없고, 가해국의 개개인도 피해자라는 것만 들이밀고 있으니, 솔직히 공감하기가 많이 어려웠습니다.
개인적이고 순수한 꿈을 가진 개개인이 전쟁이란 시대적 돌풍 앞에서 피해를 입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시대를 잘 만났다면 전투기가 아닌 하늘을 나는 낭만을 이루어줄 여객 비행기를 제작했을 테고, 끝도 행복했겠죠. 다만 이런 점을 다루려면 가해국이 가진 피해의식을 넘어서 피해국에게 진정한 사과를 하는 게 먼저라고 봅니다. 보통 하야오는 굉장히 넓은 시선으로 보듬어주는 편인데, <바람이 분다>에선 가장 비추었어야 할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너무나도 부족했어요. 적어도 '우리나라는 왜 가난할까'라는 대사는 넣지 말았어야 했네요. 보면서 어안이 벙벙했던 대사였는데, 순간 잘못 들은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한국과 중국, 동남아를 침략하고 학살했나요? 개인적으로 일본 나쁘지 않게 보는 입장인데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미야자키 하야오 본인의 개인적인 요소들이 꽤 담긴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야오의 아버지 일가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군용기의 부품을 조립하는 일을 했다고 하는데, 그 점에서 영향을 받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아쉽게도 그의 은퇴작(이젠 아니지만)으로 받아들이기엔 너무 평범했네요. 특유의 분위기와 그림체, 그리고 음악은 낭만적이지만, 앞서 말한 요소들 때문이라도 받아들이는 게 좀 힘들었습니다. 다만 사랑의 서사 자체는 좋았습니다. 뭉클하게 다가오기도 했구요. 살아가라는 대사는 다른 미화의 의미보단 초반에 나오는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라는 시구절에서 가져온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전쟁을 바라보는 위치와 태도가 너무나 잘못된 영화라고 생각이 듭니다. 물론 미야자키 하야오가 소재를 잘못 택한 영향도 있겠지만,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네요. 만약 <바람이 분다>로 하야오의 작품을 처음 접했다면 아무리 명작이라 해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나 <하울의 움직이는 성> 같은 작품을 보고 싶지는 않았을 거 같아요. 지브리 특유의 감성은 살아있지만 역사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불쾌감이 먼저 느껴질 수밖에 없는 작품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
:'전쟁은 파멸'이라는 일차원적인 시각에서 그친 채 더 나아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