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팬서 Jul 18. 2021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어느새 가득 차버린 꽃다발을 웃으며 놓아주고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기를.

<꽃다발 같은 사랑은 했다>는 굉장히 의외의 영화입니다. 정말 미친 돌풍을 일으켰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 편>을 밀어내고 일본 박스오피스 6주 연속 1위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오리지널 각본의 정통 로맨스 영화였거든요. 그렇게 오리지널 각본이 약했던 일본에서 이 정도 흥행을 했다는 것과, 좋은 평을 받았다는 것에 혹해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굉장히 담백한 정통 로맨스물입니다. 판타지나 불륜의 외적 요소가 배제된, 현실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요. 어찌 보면 굉장히 평범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몰입이 잘 된다는 점이 저는 좋았네요. 때문에 사랑을 잘 하고 있는 분들보단 사랑을 했던 분들에게 추천드리는 영화입니다. 물론 전 사랑을 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오열) 정통 로맨스라면 예측할 수 있는 구조를 띄고 기승전결과 갈등, 그리고 마무리도 착실하게 해나가는 영화인데, 지루하고 평범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영화가 보여주는 연출에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는 사랑이 시작되고, 틈이 벌어져서 결국 끝나는 과정을 굉장히 잘 나타냅니다. 꽃다발 같은 사랑이라는 건 시간이 지나면 시들고, 더 이상 꽃을 꽂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간다는 거겠죠. 그렇게 가득 찬 꽃다발을 미련 없이 웃으며 놓고, 추억으로 간직한 채 떠난다는 영화의 태도가 너무 좋았습니다. 우연히 다시 만난다고 해서 붙잡는 모습 없이 손만 흔들어주며, 다음 꽃다발을 응원하는 메시지가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네요. 별다른 설정의 추가 없이 누구나 알고 있는 감정을 건드리기가 쉬우면서 어렵게 다가왔을 거 같은데 잘 풀어냈습니다. 이 사랑이란 감정은 누구나 알기에 보편적이면서도, 또 누구나 알기 때문에 쉽게 다루기엔 버겁기도 한 소재니까요.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영화의 특징 중 하나가 현대 세대의 문화적 요소들을 잘 버무렸다는 느낌입니다. 약간 어른들이 80, 90년대의 문화들을 지금 되돌아보면서 추억하듯이 말이죠. 브라질과 독일의 준결승부터 시작해서,(여담이지만 전 진짜 네이버 오류 난 줄 알았습니다 ㅋㅋ) <신 고질라>, 신카이 마코토, 젤다의 전설까지.. 일본 문화를 더 알았다면 좋았을 거 같은 요소들도 많았습니다. 두 배우의 연기와 매력이 넘쳐납니다. 스다 마사키와 아리무라 카스미는 너무 잘 어울렸는데, 애초에 감독이 각본을 쓸 때 이 두 배우를 주연으로 생각하고 썼다고 하더군요. 스다 마사키는 왠지 박정민 배우가 떠오르기도 하고.. 아리무라 카스미는 정말 너무 이쁘고 귀엽고 매력적이었네요. 누구 닮았다 싶었는데 그냥 유명한 배우였네요. 궁금한 작품들이 많습니다. 앞으로 출연작은 챙겨볼 거 같은..ㅎㅎ

영화 최고의 장면은 헤어짐을 말할 때 단순히 둘의 추억을 플래시백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예전 둘의 모습을 똑 닮은 순수한 커플들의 모습을 대비시키는 신이었습니다. 진짜 울컥했는데, 동시에 참 영리한 연출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일본 영화는 전체적으로 아쉬웠는데, 한줄기 빛과 같은 영화였네요.




★★★★
:하나씩, 하나씩 꽂다가 어느새 가득 차버린 꽃다발을 웃으며 놓아주고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바람이 분다/風立ち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