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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Jul 20. 2021

<늑대아이/おおかみこどもの雨と雪>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였던 순간들이 사실 당신의 모든 것이었음을.

가장 좋아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두 명을 꼽자면 단연 미야자키 하야오, 그리고 호소다 마모루일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작품의 느낌 자체는 미야자키 하야오보다 호소다 마모루를 선호하는 편인데요. 그의 최고작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 <늑대아이>입니다.

비슷한 시기 개봉했던 <늑대소년>과 겹쳐 인지도가 조금 낮고, 저조차도 비슷한 이야기지 않을까 싶었는데(심지어 <늑대소년>을 좋게 본 것도 아니었음에도..), 호소다 마모루의 최고작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시간을 달리는 소녀>보다 더 감명 깊게 봤어요. 영화는 단순히 늑대아이를 키우는 판타지적인 영화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늑대아이라는 것이 단순한 흥미를 위해 소비되는 설정이 아니란 말이지요. <늑대아이>는 훌륭한 성장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늑대아이가 이 영화에서 갖는 의미가 무엇일까 생각해 봤는데, 결국 우리 어렸을 적의 모습 그대로더군요. 유키와 아메가 늑대와 인간 사이를 고르려는 것처럼 우리도 무언가를 선택해야 할 시기가 있었겠죠. 그렇게 일상처럼 흘러간 시간은 찬란했고, 어느새 우리는 성장합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채소나, 매 순간 변화하는 구름처럼요.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을 드러내고,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하나의 성장영화로 보기에 아주 탁월합니다.

그렇지만 이 영화가 다루는 가장 뛰어난 소재는 아이들의 성장이 아니라 단연 부모, 특히 어머니의 고투와 헌신이겠죠. 정말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일들을 겪는 하나가 불평 없이 버텨내고 행복한 일생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니 정말 캐릭터의 정신력에 식겁하면서도 괜스레 울컥해집니다. 많은 분들이 그러셨을 테지만 아무것도 해준 게 없다는 대사는 말을 잇지 못하게 하네요. 평범하게 흘러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였던 순간들이 사실 모든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을 과연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요. 하지만 우리는 모두 알고 있죠. 당신의 사랑은 넘쳤고, 나는 모든 것을 받았다고. 울음소리만 남기고 떠난 아메 대신 이 말을 (마음속으로든) 한 건 저 뿐만이 아니었다고 확신하네요. 이러한 세월의 흐름을 담아내는 능력이 아주 탁월해서, 마치 자신이 하나의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호소다 마모루 하면 여름의 계절감인데, 역시 훌륭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와는 비슷하면서 다른 그 독창적인 느낌이 저는 아주 마음에 든달까요. 정말 황홀한 표현력이라고 하면 될 거 같은데, 자연적이면서 현실적인 느낌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거 같네요. 이러한 아름다운 미적 요소가 영화의 메시지와 아주 잘 어우러지기도 하구요. 영화가 가진 가장 인상적인 연출 중 하나는 바로 대사 없이 음악과 장면만으로 많은 것을 전해주는 부분입니다. 꽤나 많은 곳에서 이러한 모습이 보이는데, 대사는 그저 부가적인 요소라는 것을 아주 잘 보여준다고 생각이 드네요. 초반 하나와 그이가 가족을 꾸리는 장면은 참 훌륭했습니다.

사실 이야기 자체도 개성 넘치고, 마모루 특유의 황홀하고 아름다운 연출력이 더해진 최고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별하지만 평범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다사다난한 에피소드에서 오는 소소한 재미도 챙겨주며 지루하지 않고, 이별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전언도 아주 탁월하죠. 많은 분들이 그랬듯이, 이 영화 하나만으로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는 호소다 마모루라고 단정 지을 수 있겠습니다.




★★★★★
:평범한 일상과 같이 흘러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였던 순간들이 사실 당신의 모든 것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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