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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Jul 21. 2021

<괴물의 아이/バケモノの子>

시행착오 앞에서도 굳건히 버티어 마음을 메꿔준 존재에 대하여.

늑대아이로 고점을 찍고 조금 편한 작품으로 돌아온 호소다 마모루의 영화, <괴물의 아이>입니다. 호소다 마모루는 드라마와 액션을 번갈아가면서 제작하는 거 같은 느낌이 드는데, 확실히 액션 연출이 돋보였네요.


<괴물의 아이>는 사실 꽤나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호소다 마모루 특유의 넘쳐나는 상상력이 인상적이며 개성 넘치는 세계관은 확실한 강점으로 작용하거든요. 호소다 마모루만이 가능한 상상을 정말 폭발시킨다고 무방합니다. 주텐카이라는 배경 자체도 굉장히 신선하고, 괴물들의 설정 자체도 매력적이었구요. 후반부 고래 나오는 장면은 영상미도 끝내줬네요. 다만 호소다 마모루의 강점인 판타지와 현실 세계 사이의 균형감각이 조금은 무너진 느낌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마모루 세계관이 아련한 느낌이 강한 이유가 어딘가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잘 살렸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괴물의 아이>는 그렇지 못하네요. 초반 1시간은 상당히 재밌었는데, 인간 세계로 넘어간 이후로 구멍이 많이 보입니다. 차라리 주텐카이에만 있던가, 인간 세계로 넘어가 돌아오려고 노력하는 이야기였으면 더 몰입할 수 있었을 거 같네요. 꽤나 매력적일 수 있는 요소를 놓쳐버리면서 굉장히 의문이 생기는 설정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호소다 마모루의 고질적인 문제기도 하지만요.


<늑대아이>가 부모 중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괴물의 아이> 좀 더 아버지에 가까운 영화입니다. 쿠마테츠가 아버지라고 봐도 무방한데요. 아버지란 존재도 철없던 아이에서 곧바로 보호자가 되는 것이 아니죠. 가르침만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배워야 하는 존재입니다. 그렇게 배우고 자라서 어느새 마음속의 검이 되는 것이거든요. 영화는 아버지에서 좀 더 나아가, 긴 시간 동안 자신을 돌봐준 많은 이들을 바라보게 만듭니다. 나도 모르게 내 마음속에 내려앉은 이들을 말이지요. 인간이라면 생길 수밖에 없는 마음속 구멍을 메꾸도록 힘을 주는 존재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외톨이와 외톨이가 서로를 채워주는 서사도 흥미로웠구요.


호소다 마모루는 애니메이션 감독 중 시간의 흐름을 너무나 잘 캐치해내는 느낌을 받습니다. 약간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사실 우리가 성장할 때 매 순간의 장면들을 모두 기억하는 것이 아니고 흘러가는 듯한 느낌을 받듯이, 물 흐르듯 성장하는 인물의 모습이 잘 담겨있습니다. 다만 인물의 활용 자체는 많이 아쉬웠는데요. 상술했듯이 중반부부터 무너진 전개가 영향을 많이 미쳤겠지만, 큐타와 쿠마테츠의 분량은 많은 반면, 그 반대편에 있는 이오젠과 이치로히코의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점은 아쉽네요. 분량 뿐 아니라 이렇다 할 접점 자체도 없어서 둘의 대립을 받아들이기 좀 어렵기도 합니다. 게다가 이치로히코의 정체를 너무 쉽게 던져놓는 바람에 후반부의 반전 아닌 반전이 너무 심심하게 다가오기도 하구요. 너무 쉽게 보이잖아요 감독님..


결과적으로 매력은 있지만 많은 것을 뽐내지 못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균형감각이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와르르 무너진 점이 가장 큰 패인이네요. 그래도 따스한 매력과 황홀한 영상미와 상상력이 나름의 재미로 다가오는 작품입니다. ^^




★★★
:시행착오 앞에서도 굳건히 버티어 마음을 메꿔준 스승이자 제자였던 존재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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