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처음이 하나씩 모여서 축적된 것이 지금의 나, 우리의 가족.
호소다 마모루의 2018년 작품 <미래의 미라이>입니다. 사실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 극장에서 볼 뻔했는데, 호소다 마모루 작품이란 것도 몰랐고, 주변에 봤던 친구가 그냥 그렇다고 해서 건너뛰었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같이 극장에 막 가는 스타일이었다면 무조건 봤겠지만..
하여튼 영화는 호소다 마모루 이전 작품들의 여러 요소들이 혼합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건 <시간을 달리는 소녀>, 후반부 미래적 디자인은 <썸머워즈>, 아이의 성장과 부모의 모습은 <늑대아이>와 <괴물의 아이>에서 많이 보았던 것이거든요. 전작에서 호소다 마모루의 강점으로 보였던 것들이 모이면 좀 더 다채로워져야 하는데, 아쉽게도 영화는 그렇지 못합니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쿤이 여러 시간대를 옮겨 다니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리는데, 이 패턴이 너무 반복되다 보니 밀도가 떨어지는 느낌이 강합니다. 약간 8, 90년대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보이는 느낌이었는데(같은 전개와 같은 갈등과 같은 결말의 반복), 그래서 그런지 TV판 애니메이션 5~6부작 정도로 나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마모루답게 판타지가 극에 섞여있는데 그다지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하나의 세계관이 아니라 개인에게 우연히 벌어지는 현상이면 설득력이 조금 있어야 하는데, 뜬금없을뿐더러 개연성도 없으니 참 아쉽게 다가왔습니다. 굉장히 비현실적이더라도 호소다 마모루의 마법이 더해지면 그의 세계에 빠져드는 느낌이 있는데, <미래의 미라이>에선 그렇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전작인 <괴물의 아이>에선 그 느낌을 받았는데 말이죠. 쿤의 캐릭터는 단순히 순수한 아이가 아니라 동생이 있다면 공감할, 영악한 감정을 지닌 캐릭터라 나름 참신했지만,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이 너무 아쉬웠네요. 찡찡거리기만 하니 한 대 콩 쥐어박고 싶던.. 제가 다 육아 스트레스 받는 느낌이었습니다. 많이들 언급하시는 쿤의 성우는 이질감이 느껴지긴 하지만 계속 들으면 익숙해졌고, 저는 다른 캐릭터들을 한 번 쓰고 버리는 거 같아서 많이 실망스러웠네요. 한 캐릭터에 익숙하기도 전에 다른 캐릭터가 나오니, 진짜 정신없더군요.
때문에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쉽게 다가오지 않는 편이네요. 저는 당연히 남매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세대를 아우르는 굉장히 넓은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사소한 순간들, 수많은 처음들이 모여 지금의 우리를 탄생시켰다는 것이죠. 굉장히 작은 것들이 쌓여 가족이 되고, 인생이 되는, 그 아름다운 순간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참 아름답습니다. 인생의 모든 순간은 처음이며, 조금씩 조금씩 자라는 것. 다만 너무 중구난방으로 이야기를 풀어헤치는 바람에 다가오질 않네요. 쿤이 미래의 미라이와 윳코와 함께 동상을 해체하는 시퀀스까진 아주 좋았는데, 그 이후부터 무너집니다. 매력적인 요소들을 활용하는 능력이 안 보여서 참 아쉽습니다.
여전히 탁월하게 아름다운 요소들도 있고, 굉장히 귀엽고 매력적인 작화도 좋지만, 아쉬움이 그의 여느 영화보다 더 짙었던 작품이었네요. 차라리 단순하더라도 남매간의 이야기만을 가져갔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구요..^^;
★★☆
:아주 작은 처음이 하나씩 모여서 축적된 것이 지금의 나, 우리의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