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팬서 Jul 23. 2021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雲のむこう、約束の場所>

모든 것이 과잉인 이 영화에서 돋보이는 건 이야기의 결여.

신카이 마코토의 초기작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입니다. 전 마코토 작품 중에서 <초속 5센티미터>와 <너의 이름은.>만 보았는데요. 보면서 이 감성이 좋긴 하지만 너무 과한 거 아닌가 싶었는데 이 두 작품이 볼만한 정도였더군요. 이 작품은 더합니다.

최근 일본 애니의 감성은 신카이 마코토가 이끌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약간 중2병스러운 느낌이 들면서도 매력적으로 다가오긴 합니다. 신카이 마코토의 강점인 애틋 아련한 감성과 이를 잘 살려주는 작화가 인상적인 작품이었네요. 신카이 마코토는 하늘의 빛을 담아내는 능력이 아주 탁월합니다. 특히 노을빛이 하늘을 가로지르는 스케치는 그의 필모 내내 반복되어 사용되지만 매 순간 황홀함을 느끼게 하죠. 이 빛과 하늘이 주는 아련한 감성이 신카이 마코토 작화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세상을 디테일하게 바라보는 치밀한 작화도 좋지만요.

이렇듯 작화와 감성 모두 과잉인 와중에, 이야기만은 따라오지 못하면서 구멍이 크게 보입니다. 항상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아쉬움을 가져왔는데, 첫 작품임을 감안해도 조금은 아쉽네요. 게다가 이야기는 부실하면서 배경 세계 설정은 너무나 많아서, 환상적인 느낌보단 난잡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또한 설명이 약간 부족해서 기본 정보가 없다면 이게 무슨 내용인지 알아차리기가 힘들달까요. 판타지와 SF를 섞어놓았는데 연출은 평범한 연애담이기 때문에 모양이 많이 죽습니다.

개인적으로 신카이 마코토를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라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요(<초속 5센티미터>와 <너의 이름은.>을 꽤나 재밌게 보았음에도), 가장 큰 이유가 연출력에 있는 것 같습니다. 간단히 보면 초현실적이고 초자연적인 현상을 이용해 굉장히 있어 보이는 연출이지만, 까놓고 보면 유치할 정도의 알맹이라서 당혹스러움을 주고 있거든요. 게다가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루면서 논리적인 설명을 붙이기보단 우연에 기댄 개연성은 항상 아쉬움이 남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필모의 기본 바탕이자 <너의 이름은.>의 모티프가 참 많이 보였던 영화였으나, 다소 평범한 시작이라 아쉬웠네요. 장면 자체는 참 황홀하나, 모아놓고 보면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인 작품이라고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




★★☆
:모든 것이 과잉인 이 영화에서 돋보이는 건 이야기의 결여.
매거진의 이전글 <미래의 미라이/未来のミラ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