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별들을 뿌려놓기만 한다고 아름다운 은하수가 되는 것은 아니듯이.
신카이 마코토의 3번째 장편, <별을 쫓는 아이>입니다. <초속 5센티미터> 이후로 국내에서 꾸준히 개봉을 가져가는 거 같은데 은근 몰랐던 작품들이 많네요.
3번째 장편인 만큼 확실히 자리가 잡힌 듯한 모습입니다. 원래부터 배경 작화는 완성형이었지만, 이전엔 아쉬웠던 인물 묘사도 좋아진 모습이네요. <초속 5센티미터>로 주목을 받고 나서 지원도 더 들어온 결과겠지요. 정말 아름답긴 합니다. 거부할 수 없고 보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그림이에요. 세상을 이렇게 디테일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참 대단하네요. 세상에 애정을 갖고 있어야 이런 디테일이 나오는 것이겠죠. 상상력도 돋보입니다. 신카이 마코토 본연의 아이디어이기보단 지브리 느낌이 강하게 들었는데요. 미야자키 하야오에 대한 헌사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모노노케 히메>나 <천공의 성 라퓨타> 같은 분위기가 많이 들었습니다. 몇몇 장면이나 캐릭터는 오마주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유사했네요.
다만 신카이 마코토는 신카이 마코토일 뿐. 지브리와 미야자키 하야오가 대단한 이유는 훌륭한 상상력을 탁월하게 조합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명확히 했기 때문인데, 신카이 마코토는 작화를 믿은 건지, 아니면 능력의 부족인 건지 그저 뿌려놓기만 하고 거두지 않습니다. 아무리 좋은 상상력과 메시지더라도 단순히 던져놓기만 하면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죠. 마치 황홀한 별들을 뿌려놓기만 한다고 아름다운 은하수가 되지 않는 것처럼요. 신카이 마코토는 항상 운명적인 무언가에서 오는 감성을 강조하지만 이를 풀어내는 데에 있어 지나친 우연성을 담고 있습니다. 때문에 작위적인 느낌을 너무 많이 받았고, 결과적으로 전개는 늘어지며 급격한 마무리는 당혹스러울 정도였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영화가 주는 메시지나 태도는 인상적이었네요. 물론 신화와 자연 등을 섞은 설정은 매력적이었으나 그 세계를 영화가 다 담아내지 못했지만요. 영화는 누군가를 잃은, 상실을 겪은 이들을 통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보여줍니다.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억지로 극복하지 않고 상실을 마음에 더욱 깊이 새긴다는 점인데요. 마음속에 잊지 말고 간직한 채, 저주가 아닌 축복으로 생각하며 계속 나아간다는 태도는 아주 좋았습니다. 때문에 밝은 영상미나 캐릭터성에 비해 약간은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도 드는데, 이 이질적인 부분에서 오는 간극이 나름 흥미롭게 다가오기도 했네요.
다만 전체적으로 봤을 땐 많이 아쉽습니다. 장편 데뷔작인 <바람의 저편, 약속의 장소>보단 좀 더 좋게 보긴 했지만 비교의 의미가 없네요. 그럭저럭이었던 영화였습니다.
★★☆
:황홀한 별들을 뿌려놓기만 한다고 아름다운 은하수가 되는 것은 아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