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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Jul 28. 2021

<날씨의 아이/天気の子>

신카이 마코토의 2019년작 <날씨의 아이>입니다. <너의 이름은.>의 대히트로 개봉 당시에도 꽤나 인기가 많았고, 저도 보고 싶었던 작품 중 하나였는데 이제야 연이 닿았네요. 

이쯤 되니 신카이 마코토의 영화들에서 보였던 요소들이 많이 보입니다. 약간은 동어반복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취향에 맞으면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이 들어요. 확실히 <너의 이름은.>의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 기본적인 틀부터 감성까지 재활용한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신카이 마코토는 항상 흥미로운 세계관(세계와 분리된 두 남녀의 연결고리)을 두고 비슷한 스토리텔링을 가져가기 때문에 어떤 전개와 어떤 위기와 어떤 결말이 나타날지 이제는 감이 온달까요. 운명적인 판타지와 초자연적인 현상에서 오는 재미는 있지만 그 이상을 가져가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연출 자체도 너무 과하고 뜬금없습니다. OST가 좋긴 좋은데, 너무 갑자기 나와서 당황스럽더군요.

작화 칭찬은 이제 무의미해 보입니다. 시종 스크린을 비추는 비와 햇빛, 구름과 도시 경관들은 넋을 놓고 보게 하네요. 왜 신카이 마코토가 이런 디테일하고 황홀한 작화에 집중하는지가 잘 드러나야 할 거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선 그냥 그림만 아름다운 감독으로 남을 거 같아요(지금도 충분히 그런 인식이 있지만). 그 그림에서 오는 감성은 너무나 탁월하기 때문에 이야기에서 아쉬움이 배로 느껴집니다. 작화는 디테일하지만 서사는 그렇지 못해 그 사이의 괴리감이 너무 크네요. 차라리 각본가를 따로 구한다면 어떨까 싶기도 해요. 다만 그 감성을 저는 나름 좋아하는지라 나쁘지 않게 보았네요. 워낙 제가 마음을 건드리는 몽글몽글한 분위기의 영화에게 약하기 때문에.. 영화 속 빗방울이 마음을 적시는 듯했습니다.

영화는 나름 많은 것을 담아내려고 노력합니다. 극 초반에도 나왔듯이 <호밀밭의 파수꾼>의 틀과 비슷하기도 하며, 현재 일본에서 겪는 고난의 모습을 나름 인상적으로 보여주고,  기성세대가 신세대의 앞날을 막는 것에 대한 비판도 보입니다. 다수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개인의 불행쯤은 당연시하는 일본의 전체주의 사상도 날카롭게 꼬집고 있으면서 공리주의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작품이구요. 자연을 이용하고 통제하는 것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점도 건드리고 있네요. 하지만 <날씨의 아이>에서 무엇보다 강한 매력은, 항상 빼앗기지 않기만을 바랐던 자와 공익이란 운명을 짊었던 자가 처음으로 소중한 것, 자신의 세계를 찾고 지키는 과정에서 오는 감동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기에 이 이야기에 부합하는 주인공 둘, 호다카와 히나에게 이입을 좀 했는데, 영화 자체는 캐릭터를 그리 신선하고 촘촘하게 다루고 있지 못한 점은 아쉽게 다가왔네요.

분명 이야기 자체는 다르지만 보고 난 느낌 자체는 신카이 마코토의 전작들을 보고 난 뒤의 느낌과 정확히 일치하네요. 그만큼 전작의 모티프들을 많이 가져왔다는 뜻이겠죠. 때문에 그리 큰 감정의 동요 없이 영화를 보았는데요. 제가 영화를 보면서 가장 큰 리액션을 보였던 장면은 아이러니하게도 카메오의 등장신이었네요. 내심 반가웠습니다. ^^




★★★
:공익(公益)이란 운명을 짊었던 자가 처음으로 자신의 세계를 찾는 것에서 오는 햇살 같은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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