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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Jul 31. 2021

<쿵후 선생/推手>

문화와 세대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을 고밀도로 담아내고 착실히 밟아나간다.

가장 훌륭한 아시아 감독 중 하나인 이안 감독의 데뷔작, <쿵후 선생>입니다. 이안 감독은 할리우드에 진출하기 이전, <쿵후 선생>부터 <음식남녀>까지 가족을 주로 다루고 있는데, 그 시작으로 나쁘지 않은 영화였습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세대와 문화 차이를 두고 갈등하는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들이 어떻게 극복해나가는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를 동양인 시아버지와 서양인 며느리의 대조를 통해 묘사한 오프닝이 참 인상적이었네요. 극 내내 세대와 문화 차이를 통한 갈등을 다루는 방식도 기억에 남구요. 이를 심각하게만 그리는 게 아니라 중간중간 코미디도 섞어가며 환기시키기도 합니다. 영화는 이런 류의 가족 영화가 따라가야 할 전개와 구조를 교과서처럼 착실히 밟아가고 있는데요. 덕분에 영화가 모난 구석이 없이 매끈하게 결말까지 흘러갑니다. 그래서 편안하게 볼 수 있었네요.

단순히 노인 주 선생의 입장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전 세대, 각 인물의 입장을 고루 담아내는 고밀도 화법이 참 좋았습니다. 아버지의 입장에서 바라보다 어느새 아들의 입장에서 보고, 또 며느리의 입장에서도 생각하고 나면 전체적으로 이해하면서 바라보게 되더군요. 서로가 서로의 이방인인 상태에서 단점만 꼬집으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겠지요. 영화가 좋았던 점은 단순히 화해하고 전형적인 해피엔딩이 아니라, 이 세대의 갈등을 색다른 방식으로 해석해냈다는 점입니다. 가족에서 나와 홀로 살게 된 노인을 미아로 보지 않고 자유를 얻게 된 하나의 사람으로 보는 시선은 참 흥미롭죠.

이안 감독은 자신의 성향을 영화에 많이 집어넣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직접적으로 보여주지는 않고 은유적으로 나타내지만요. 가장 돋보이는 건 중국 공산당에 대한 비판이었는데요. 지금 보아도 정당한 비판이라는 건 참 아이러니하네요. 유교사상에 대한 이런저런 아쉬움도 토로하고 있구요. 다만 첫 작품이다 보니 부족함도 보였는데, 각 에피소드들이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잘 어우러지는 편이지만 가끔 이질감이 들기도 했고, 활용이 아쉬운 인물들도 보였네요.

그렇지만 수작이었습니다. 결말도 그리 뻔하게 다가오지도 않았고, 전체적으로 보는 재미도 있었네요.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더니, 시작부터 다르긴 했네요.




★★★☆
:문화와 세대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을 고밀도로 담아내고 착실히 밟아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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