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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Jul 31. 2021

<결혼 피로연/囍宴>

이안 감독의 1993년 작품, <결혼 피로연>입니다. 정말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이안 감독의 작품 중에서 코미디로서 잘 작용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족 시리즈에서의 이안은 단순히 한 가지의 주제를 끌고 가 뻔하게 마무리 짓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여러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버무려 보여주는 능력이 아주 탁월한 것 같습니다. 여기서도 여러 차이에서 오는 갈등들이 돋보이는데요. 우선 <결혼 피로연>만의 특징이라면 바로 동성애겠죠. 배경뿐 아니라 영화의 제작 시대만 보더라도 그 당시의 퀴어 영화에 대한 인식이 어떨지 감이 오는데, 이 이야기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네요. 시기가 시기인지라 꽤나 안정적으로 풀어내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확실한 자기주장을 펼치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전작 <쿵후 선생>과의 공통점이라면 바로 유교 문화에 대한 반발이겠죠. 어쩌면 영화는 당시 미국에 자리 잡고 유교 사상에 반기를 드는 젊은 대만의 모습을 담고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유교 문화를 대하는 두 세대의 다른 태도로부터 오는 갈등이 굉장히 답답하기도 하고, 때론 공감이 가기도 하죠. 그리고 (당연하게도) 문화적 차이도 보여주고 있는데, 영화가 보여주는 갈등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은 아니지만 디테일한 묘사가 재밌게 다가오기도 하네요. 이렇게 여러 대립을 다루면서 이안 감독의 영화가 포근한 마무리로 끝나는 이유는 바로 전개와 결말에 대한 감독의 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는 시종 하나의 편을 들기보다 두 진영 모두에게 받아들일만한 사유를 부여함으로써 균형을 유지하고, 결국엔 이해와 수용으로 끝을 맺거든요. 그렇기에 꽤나 파격적인 설정임에도 따뜻한 마무리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 두 세대의 갈등부터 화합하는 과정을 위트 있고 유쾌한 코미디로 다루면서 끝에선 감동적으로 풀어내는 탁월한 코미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굉장히 기발하고 개성적인 소재에서 오는 쫄깃한 재미도 있고요. 각 사건들을 디테일하게 묘사하며 그 사이사이에 전하고자 하는 바를 집어넣는 능력이 아주 탁월합니다. 기본적으로 재미있는 가족 코미디였어요. 장르가 장르인 만큼 배우들의 앙상블도 훌륭한 편인데, 가족 시리즈에 쭉 출연하는 랑웅의 이미지는 정말 잘 어울리네요. 그 시절 아버지의 느낌이 바로 듭니다.

다만 참 재밌었고 이때쯤 슬슬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싶을 때 30분을 더 끌고 가면서 뒷부분이 늘어지는 점은 아쉽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늘어지는 후반부에도 약간은 급하게 마무리하기 때문에 더욱 아쉽네요. 그럼에도 가족애와 동성애를 잘 요리해낸 수작 코미디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수많은 차이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과정을 위트 있게, 때론 감동적으로 담아내는 탁월한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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