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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Oct 07. 2021

<블랙 스완/Black Swan>

붉은 욕망과 검은 연기 사이에서 흰색은.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2010년작, <블랙 스완>입니다. 사실 이건 나중에 아로노프스키 도장깨기 할 때 보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수업으로 인해 먼저 보게 되었네요. 애매해서 나중에 한 번에 리뷰할까 하다가 미리 올립니다. 이것도 간단하게만 리뷰할게요.

영화는 완벽에 대한 욕망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아주 사소한, 단순히 잘하고 싶다는 의지를 가졌던 니나가 베스의 물건을 훔치는 것으로 시작해 자해하고 환각 증세를 보는 등 점점 망가져가며 주변뿐 아니라 자신마저 망가뜨리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이걸 굉장히 잔혹하게 담아냅니다. 잔인하고, 긴장감을 주는 쫄깃한 연출과 괴기한 미장센으로 흡사 공포영화처럼 다가오기도 하죠.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영화는 매우 우아합니다. 

울타리에 갇혀 욕망을 분출하지 못한 자가 어떻게 망가지는지, 그리고 그 울타리를 부수기 위해 몸부림치는 자는 얼마나 더 무서운지를 아주 기괴하면서도 매혹적으로 연출해낸 걸작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 지점이 아주 훌륭하게 표현된 마지막 공연 장면은 그야말로 백미입니다. 

색으로 이야기를 보여주는 연출도 인상적입니다. 영화를 관통하는 것도 저는 색깔이라고 보았습니다. 붉은 욕망과 검은 연기 사이에서 흰색의 이야기가 저는 <블랙 스완>이 가지고 있는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흰색은 물들기가 쉽죠. 자의든 타의든 매우 하얗던 니나는 검은 백조가 되기도, 붉은 피를 흘리기도 쉬웠습니다.

이를 담아낸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는 경이로운 수준입니다. 뱅상 카셀, 밀라 쿠니스, 위노나 라이더, 세바스찬 스탠, 바바라 허쉬 모두 훌륭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단연 나탈리 포트만입니다. 

아로노프스키는 소문답게 굉장히 잔혹하고 지독한 영화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훌륭한 재미와 감각적인 연출, 미장센이 있어 앞으로의 작품이 기대가 됩니다. 전에는 보면서 진이 빠지고 힘들까 봐 걱정했는데 그 걱정은 조금 내려놓아도 될 거 같습니다. ^^




★★★★☆
붉은 욕망과 검은 연기 사이에서 흰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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