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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Sep 11. 2021

<스네이크 아이즈: 지.아이.조>

애초에 우려먹을 건덕지 자체가 없는 무매력의 시리즈도 있다.

보통 실패한 시리즈 리부트나 스핀오프를 비판할 때 가지고 있는 매력을 살리지 못했다, 아니면 이 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제작진이 모른다 등의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요. 꼭 다 그런 건 아니더군요. 애초에 시리즈 자체가 우려먹을 건덕지가 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제겐 <지.아이.조> 시리즈가 그러했습니다. 솔직히 이 영화의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이 시리즈가 계속 나온다는 게 조금 의아했거든요. 1, 2편이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다 봤었고, 어릴 적이었음에도 굉장히 골 때리는 완성도였던 걸로 알고 있었는데요. 물론 그때는 웬만한 건 다 재밌게 봤기 때문에 이런 영화도 있구나 하고 말았지만 지금 보면 신나게 까댔을 영화죠. 그러니까, 이병헌이 나온다는 점을 빼고는 애정을 가질 시리즈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 시리즈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과거 이야기가 나온다니, 저는 이러한 캐릭터들의 설정도 잘 몰랐기에 어쩌면 나름 즐기고 올 수 있겠다 싶기도 했어요. 물론 오산이었지만요.

단점이 너무 많아 이를 오목조목 짚는 건 시간도 아깝고 할 이유도 없을 거 같아요. 그래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들만 짚어보겠습니다. 일단 스토리가 없는 수준입니다. 좋게 보면 지나치게 단조롭고 단순한, 영웅의 탄생 스토리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 이야기에 익숙해진 관객들이라면 뭔가를 기대만 하다가 끝날 이야기였어요. 영화를 보면서 느껴지는 감정이 하나도 없다는 이야기겠지요. 또 가장 아쉬웠던 점은 캐릭터 활용이었어요. 어차피 악역이야 스핀오프니까 지나가는 수준이라고 한다면, 정작 보여주어야 할 스네이크 아이즈와 쉐도우 스톰 간의 갈등도 너무 미적지근하거든요. 그리고 대체 스칼렛과 남작부인은 왜 나온 거죠? 요즘 뜨는 사마라 위빙과 우슬라 코르베로를 이렇게 낭비하다니요. 하드 마스터와 블라인드 마스터가 하는 건 대체 뭐구요. 나와서 하는 것도 없으면서 후반부에 어벤져스처럼 모여서 폼 잡으니까 참 어이가 없더군요. 팀만 꾸려서 멋진 포즈만 보여준다고 다 어벤져스가 되는 건 아니니까요. 

그나마 위안을 삼을 부분은 액션입니다. 액션으로 꽉 채워놓는 선택을 하는데, 솔직히 서사적인 부분에서 만족을 시키지 못한다면 이러한 선택이 정답이죠. 개인적으로도 액션이 차지하는 비중이 정말 많았고, 나름 화려한 카메라 워킹도 보여줬기에 극장에서 봤다면 더 좋게 봤을까 싶기도 했어요. 다만, <바람의 검심> 무술감독이라는 점을 보면 한없이 아쉬운 퀄리티의 액션이었습니다. <바람의 검심> 액션은 정말 훌륭한데, 여기선 그것의 반의 반도 못 보여준 거 같아요. 날렵하고 세련되기는커녕 너무 투박하고, 단조로워요. 게다가 칼을 써야 하는 이유도 설명하지 못하네요. 총기 밀반입하는 애들이 왜 칼 들고 싸우는지. 액션의 비중은 많지만 이를 이야기 속에 끼워 맞추는 능력은 제로에 가까워서, 액션을 보는 맛도 나지 않았아요.

오리엔탈리즘도 상당히 많아서, 조금 그렇기도 했네요. 일본 가문 아닌가요? 왜 죄다 영어만 써요. 당장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만 해도 중국어가 상당히 나오는데, 이건 너무하다 싶었습니다. 공짜 쿠폰 써서 집에서 봤는데,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습니다. 아마 올해 최악의 영화 탑 5 안에는 무조건 들어가지 않을까 싶네요. 이병헌조차 빠진 이 엉망진창의 시리즈를 굳이 더 봐야 할 이유를 모르겠어요.




★☆
:애초에 우려먹을 건덕지 자체가 없는 무매력의 시리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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