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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Sep 06. 2021

<최선의 삶/Snowball>

그때 그 최선은 어째서 그토록 아팠나.

한국 독립 영화를 극장에서 본 건 정말 오랜만이네요. <빛과 철>이나 <아무도 없는 곳>은 집에서 보았으니 <세자매> 이후 거의 8개월 만이네요. 사실 이것도 계획은 없긴 했는데, <코다>보는 김에 같은 극장에서 보았습니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소설을 읽지는 못해서 비교는 불가능할 거 같고, 영화적 요소로만 봤습니다. 일단 영화는 사춘기 시절이죠, 10대 끝물의 아이들이 겪는 여러 위태로운 사건들을 아주 조심스럽게, 그럼에도 또박또박 담아낸 연출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자극적인 폭력에만 빠지지도, 그렇다고 그때의 아픔을 성실하지 않게도 담아내는 태도가 마음에 들었네요. 정말 열심이었고 최선이었는데, 그때의 그 최선은 왜 이렇게 아팠는지. 익숙했지만, 익숙해질수록 더욱더 두렵고 옥죄어 왔던 그때 그 최선의 선택들. 한 발짝 떨어진 카메라 덕분에 괜한 동정 같은 거 주지 않고 감정의 여운은 극대화하며, 관객에게 다음 질문을 넘기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안타깝게 다가왔던 거 같네요.

다만 감정을 담아내는 능력은 아쉬웠습니다. 너무 멀리 떨어진 건지, 인물들이 왜 이런 행동을 하고, 이런 심경의 변화가 생겼는지에 대한 설명은 해주지 않더라구요. 아무래도 강이와 소영의 심리의 변화가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을 텐데, 이를 묘사하는 방식은 아쉽게 다가왔습니다. 또 강이의 엄마도 그러했고요. 그리고 영화의 흐름이 조금 끊기는 느낌이었습니다.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연출과, 또 그것을 언제 넣어야 하는지의 여부는 잘 알고 있는 것 같았지만, 다른 부분들은 좋게 담아내지는 못한 거 같습니다.

배우들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겠더군요. 개인적으로 아이돌의 연기를 그렇게 좋게 보는 건 아니지만, 몇몇 배우들은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데, 방민아도 그러했습니다. 정말 발군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한성민 배우도 처음 보는 거 같은데, 들리는 바로는 모델에서 배우로 전향했다더군요. 그럼에도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것이 앞으로를 지켜보게 만들겠네요. 심달기 배우야 앞서 두 배우보다 영화판에서는 인지도가 있는데, 역시 심달기 배우의 연기가 제일 좋았습니다. 저는 <배심원들> 그리고 <페르소나>에서의 기억이 남아있는데, 앞으로는 이 영화를 기억할 거 같네요. 방민아와 한성민 배우는 발견이었다면, 심달기 배우는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달까요.

여러모로 좋은 영화였지만,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짚어내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올해 한국 영화 중에선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완성도가 아닐까 싶네요. ^^




★★★
:그때 그 최선은 어째서 그토록 아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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