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팬서 Dec 12. 2021

<티탄/Titane>

솔직히 기대를 좀 했습니다. <어느 가족>이나 <기생충> 같은 최근 황금종려상 수상작들은 물론 웬만한 황금종려상 수상작들은 전부 좋게 보았거든요. 그 수가 많지는 않지만 황금종려상 수상작들을 전부 만점을 주었더군요. 그렇기에 <티탄>도 기대를 안 할 수 없었고요. 이번엔 후보작도 정말 대단했으니까요.

일단 영화는 시작부터 25분 지점까지 강렬하고 자극적인 이미지를 보여줍니다(개인적으로 <로우>를 보고 가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로우> 정도를 버틸 수 있으시다면 <티탄> 볼 수 있으실 거예요). 시작하자마자 긴장감을 부여하는 신으로 시작해, 차마 여기에 적을 수 없을 만큼 파격적이고 기괴한 장면들을 보여주죠. 쥘리아 뒤쿠르노 감독은 전작 <로우>에서도 보였듯이 이런 자극적인 연출을 하면서도 메시지를 공고히 한다는 것이 특징이자 분명한 장점입니다. <티탄>에서도 이를 활용해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이목을 집중시키죠.

다만 그 이후부터는 조금 길을 잃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대충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지는 감이 오긴 합니다.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부성애로 인간성을 회복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존재 자체를 인정해 주는 그런 사랑도 이야기하고 있고요. 기계와 생명, 그리고 남성성과 여성성의 경계를 허무는 이야기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풀어내는 방법이 아쉽네요. 자극적이기 때문이 아니에요. 오히려 중후반부는 가족 드라마처럼 느껴질 정도로 따뜻함이 느껴지는데요. 근데 이 모든 게 이질적으로 느껴진달까요. 길을 잃어버린 거 같아요. 메타포처럼 보이는 지점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개연성에서의 문제도 있어 보이고요. '왜'가 너무 생략되어 있습니다. 설명이 너무 없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자극적인 연출만 돋보이는 불상사가 벌어져요. 자극적인 연출을 가지고 있으면 왜를 꼭 넣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로우>에선 그래도 잘 풀어나갔는데 아쉽네요.

아가트 루셀의 연기는 놀랍습니다. 이렇게 그로테스크하고, 음 뭐랄까 이상한 영화에서 연기를 하는 배우들을 보면 놀랍긴 하더라고요. 인간이 겪지 않을 고통스러운 순간을 연기한다는 게 쉽지는 않을 텐데 말이죠. 뱅상 랭동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황금종려상이라길래 기대를 했는데, 실망을 더 했던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건 제 개인적인 소신이지만 이번 황금종려상은 레오 까락스의 <아네트>가 받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