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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Aug 06. 2020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어줍짢은 동기에 화려한 액션.

<신세계>에서 한국 누아르의 끝을 보여준 뒤 8년 만에 다시 만난 황정민과 이정재의 조합만으로도 이목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브라더를 외치던 서로가 끝까지 가는 추격전을 펼치는 내용으로 많은 관객들의 흥미를 건드렸던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베일을 벗었다. 여름 극성수기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시즌인 지금, 나름 BIG 3 중 마지막 주자라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짐과 동시에, 많은 관객들에게 기대를 받았던 영화다. 예고편에서도 잔뜩 이야기하듯 끈질긴 추격전과 화끈한 액션으로 중무장한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리뷰다.




영화는 청부살인업자 인남이 자신의 마지막 임무를 끝내고 파나마로 들어가려던 중, 한 아이의 납치 사건이 자신과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된 후, 복수심으로 불타는 자신의 마지막 타깃의 동생 레이와 방콕에서 끈질긴 추격전을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다. 사실 기대는 안 했듯이 스토리는 단순하고 딱히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는다. 누아르 장르와는 결이 살짝 다르고, 여느 추격 스릴러 영화와 차별화된 요소는 없다. 그래도 인남과 레이의 과거나, 혹은 다른 쓸데없는 설명을 철저히 배제하고 클라이맥스를 향해 끝까지 달려가는 전개는 나름 괜찮다. 옆길로 새는 것보다 한 가지 길로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것도 특유의 매력이다.

화려한 액션은 영화의 최대 장점이자 거의 유일한 장점이다. 황정민과 이정재가 선보이는 액션은 대단한데, 사실 액션 자체보다는 촬영의 힘이 더욱 돋보였다고 볼 수 있겠다. 또한 스톱모션을 이용한 연출로 타격감이 상당히 좋은 편이며, 사운드도 풍부해 지금까지 봐왔던 액션 영화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든다. 청불 정도는 아니지만 15세 관람가치고는 수위도 높아 화끈한 액션을 어느 정도 보여줬다는 점도 좋다. 다만 조금 걸리는 점은 아쉬운 슬로우모션 활용도다. 초반까지는 봐줄 만하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너무 남발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액션의 긴장감은 떨어뜨린다. 슬로우모션을 좀 더 절제한다면 좀 더 스피드 있고 긴장감 넘치는 액션신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분위기는 상당히 어두운 편이다. 예상은 했지만 더욱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였는데, 그를 극대화하는 배경을 잘 선정했다고 본다. 동남아의 특유의 누런 색감이나 열기가 영화의 찌든 분위기와 잘 맞았다. 보고 있으면 내가 다 지치는 체험적인 리얼리티도 잘 살려냈다는 생각이 든다. 보고 나면 그 어두운 분위기와 동남아의 배경에 두 시간 가까이 압도당해 뻐근한 느낌인데, 홍원찬 감독이 그의 의도를 잘 전달한 것 같다. 처절한 분위기의 긴장감 도는 추격전을 잘 유지해나간다는 점도 장점이다.

어쩌면 가장 기대했던 부분일지도 모르는 캐릭터성은 사실 조금 아쉽다. 황정민과 이정재의 포스는 장난 아니지만, 그들을 이용한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그렇게 신경 썼다고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캐릭터성이 부족해지고, 그 결과 인물의 행동의 설득력도 부족해지면서 황정민과 이정재의 포스가 한풀 죽는다. 그래서 캐릭터가 기대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고, 살짝 이질감이 든다는 점은 명백한 단점이다. 조금 더 좋은 설정과 확고한 캐릭터를 만들었으면 영화의 매력도 함께 올라가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래도 박정민의 캐릭터만큼은 살아나 다행이다. 박정민의 새로운 연기와, 또 그의 캐릭터가 극 중에서 해주는 역할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연기 변신과 더불어 완급조절까지 톡톡히 해내는 박정민에게 감탄만 할 뿐이다.

애초에 철저히 액션의 기대치만 높였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는 충분히 만족했고, 최근 극장에서 봤던 영화 중 가장 좋았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그렇게 뛰어나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결과적으로만 보면 아쉬운 영화다. 그럼에도 액션 기대치는 충분히 충족시켜줬고, 장점도 충분히 존재하기 때문에 평작으로 남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총점 - 7
황정민과 이정재의 화끈하지만 무의미한 싸움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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