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팬서 Aug 04. 2020

<코드 8/Code 8>

실패해버린 SF 아류작.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종잡을 수 없는 작품을 하나 봤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인 줄 알았더니 극장 개봉하는 영화였고, 또 상영 등급도 다른 데다가, 대작인지 아류작인지 헷갈리는 작품이었다. 알고 보니 제프 첸 감독의 동명의 단편 영화를 확장한 영화라고 한다. 사실 넷플릭스에서 제작했을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드는 작품이었는데, 넷플릭스 특유의 장단점이 보였기 때문이다. 로비 아멜, 스티븐 아멜, 그리고 성 강 주연의 SF 영화, <코드 8>이다.




영화는 특수 능력을 가진 인간들이 천대받는 세상,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던 코너는 아픈 어머니를 치료하기 위해 자신의 특수 능력을 범죄에 사용하기로 결정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특수 능력, 그러니까 초능력을 가진 인간들이라는 소재는 사실 매우 흔하다. 다만, 우호적에서 적대적으로 돌변한 사회와 특수 인간들의 관계나 혹은 미래 사회의 모습, 그리고 신종 마약 등 나름 흥미로운 설정들을 가미되어 있다. 하지만 이런 흥미로운 설정은 설정에 불과할 뿐. 그저 평범한 SF 영화처럼 전형적인 스토리텔링에 우연에 기댄 전개를 보여주며 기대에 미치지는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덕분에 관객은 여러 설정들만 등장하는 초반부에만 관심을 보일 뿐, 후반부에는 루즈하고 예측 가능한 전개에 금방 흥미를 잃어버린다.

슈퍼히어로 영화 <엑스맨> 시리즈처럼 상당히 다양한 분야의 능력을 가진 인간들이 등장한다는 점은 나름의 장점이다. 관객에게 흥미로운 장면들을 보여주는 것도 SF의 역할 중 하나이니 말이다. 다만 생각 외로 이러한 다양한 특수 능력들을 사용하는 모습이 많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전체적으로 일반적인 마약 조직범죄물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며, 특수 능력은 그저 가미된 요소에 지나지 않는다. 마약 범죄물은 이미 많이 봐와 신선하지 않을뿐더러, 같은 내용만 반복되는 바람에 갈수록 지겨워지는 것은 사실이다.

또 다른 단점은 캐릭터를 많이 소개해 주기는 하지만 존재감이 없거나 불필요한 캐릭터가 상당수 존재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캐릭터에 대한 서사를 그저 흘려보내 듯이 풀어내기 때문에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나 무게감이 떨어진다. 이러한 단점은 캐릭터가 희생하는 장면에서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 이 영화의 중심축은 코너가 느끼는 갈등이나 분노와 같은 감정인데, 잘 와닿지 않는다는 단점도 생겨버린다.

분위기만 봐서는 상당히 박진감 넘치는 전개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으며, 조금 암울한 분위기를 풍기기도 한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후반부로 갈수록 늘어지는 전개를 보여주며 상당히 지루하게 만드는데, 후반부 40여 분간의 나름의 클라이맥스 신은 긴장감은커녕 너무 밋밋해서 상당히 실망할 정도의 시퀀스를 보여준다. 차라리 흥미로운 설정에 단순한 스토리여도 화려한 액션신만 집중해서 만들었으면 평작 수준의 평가는 받지 않았을까 예상해본다.

나름 흥미로운 설정에도 불과하고 그저 평범한 SF 아류작으로 남아버린 아쉬운 작품이다. 조금 혁신적이고 다듬어진 스토리를 가져오던가, 아니면 아예 화끈한 액션으로 러닝타임을 채워 넣었어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다.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했던 SF 영화, <코드 8>이다.




총점 - 4.5
평타도 치지 못한 SF 아류작.


매거진의 이전글 <환상의 마로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