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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Aug 02. 2020

<환상의 마로나>

하나의 영화가 된 견생.

1995년 개봉한 <토이 스토리> 이후 컴퓨터 그래픽은 꾸준히 발전해 이제는 거의 모든 애니메이션이 3D로 제작되고 있다. 이제는 실제 같은 느낌을 애니메이션을 받을 수 있지만, 그와 더불어 고전적 느낌의 2D 애니메이션의 감성을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필자도 3D 애니메이션도 충분히 좋아하지만, 2D 애니메이션도 선호하는데, 여기 부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 눈에 띄었다. 바로 프랑스와 벨기에, 그리고 루마니아 합작의 애니메이션, <환상의 마로나>다.




영화는 9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마로나가 가족들을 떠나 세 명의 주인들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그녀의 생애를 그린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아주 묵직하게 다가온다. 짧은 쿵 소리와 마로나의 이름을 부르는 외마디 외침,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영화처럼 풀어보겠다는 마로나의 대사는 이 영화가 앞으로 90분간 무엇을 보여줄지, 또 어떤 분위기를 풍길지 단번에 보여준다.

<환상의 마로나>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을 고르라면 단연 특이한 그림체다. 프랑스가 제작 국가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차릴 정도로 프랑스 특유의 추상적인 그림체와 요상하고 특이한 색감, 그리고 영화 내내 풍기는 미묘한 분위기는 영화의 확고하고 특별한 매력이다. 하나의 예술 작품이 들어간 동화책을 펼치는 듯한 애니메이션이며, 개인적으로 뮤지컬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앞에서 말했듯이 3D 애니메이션이 만연한 현재, 평범하지는 않은 그림체긴 하지만 2D의 추억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개를 주체로 한 영화는 있을지라도 개의 시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영화는 많지 않다. 마로나의 시점으로 풀어낸 그녀의 생애와 다양한 사람들의 서사. 때론 행복하고, 때론 불행한 생애를 살아가면서도 인간을 아주 좋아하는 마로나와 사람들의 관계는 왠지 모르게 마음 한편을 건드린다. 마로나가 힘들 때도 악역 같은 사람이 등장하기보다는 그 누구보다 평범한 사람들이 강아지를 다루는 모습을 보여주어 더욱 와닿는다. 우리가 강아지에게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더라도 강아지는 확실히 다르게 생각할 터. 보는 내내 고맙고 미안한 감정만 들 뿐이다.

첫 장면이 반복될 때에 그 감정은 배가 되어 돌아온다. 그렇게 고생하면서 살아왔어도 대체 무엇 때문에 인간을 이리도 좋아하고, 또 사랑하는가. 알 수 없어서, 그래서 더 미안함과 고마움만 내비칠 수밖에 없다. 사실 그렇게 막 눈물이 나올 정도의 감동이 있는 영화는 아니다. 다만 턱하고 막히고 말이 나오지 않는 감정이 든다. 개를 키우고 있는 견주라면 그 이상의 감정을 느낄 것 같다.

눈물을 쏟기보단 먹먹한 감정만 들었던 마로나의 생애를 화려하고 독특한 그림체로 보는 맛은 분명히 있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는 말이 헛된 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개에게서 배우는 삶에 대한 교훈은 마음속을 파고든다. 예술 작품으로 승화되어 하나의 영화가 된 마로나의 생애, <환상의 마로나>다.




총점 - 8.5
너무 고마워, 항상 사랑해, 우리의 마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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