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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Aug 12. 2020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통쾌함과 아련함을 동시에 느끼는 기묘한 경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브래드 피트, 그리고 마고 로비가 등장한다면 안 보고 버틸 수 있는가? 그 영화가 바로 아카데미에서 상당 부분 노미네이트된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다. 충격적이었던 샤론 테이트 살인사건을 모티프로 한 영화이며, 10개의 영화만 연출하고 은퇴한다는 타란티노의 9번째 영화이기 때문에 더욱 관심이 쏠리기도 했던 영화다. 영화는 이미 예견되어 있는 듯한 결말을 관객들의 예상을 뒤엎으며 타란티노 특유의 복수극을 선사한다.





영화는 이제 한물 간 액션스타 '릭 달튼'과 그의 스턴트맨이자 친구인 '클리프 부스'가 배우로서 새로운 시도를 한 후, 형편 상 각자의 길을 걷기로 결정한 날 밤, 집안에 찾아온 불청객들에게 화끈한 복수를 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지만 의외로 그의 확고하고 강렬한 색깔이 그리 티가 나지는 않는다. 다만 여전히 그 특유의 통쾌함이 영화 곳곳에 자리 잡고 있으며,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그리고 샤론 테이트에 대한 그의 진심은 확실하게 전해지는 영화다. 겉으론 화끈한 복수극이지만, 그 속에는 샤론 테이트를 기리는, 이것이 쿠엔틴 타란티노만의 샤론 테이트를 추모하는 방법이다. 눈물겨운 장면은 없지만 마음이 아픈, 타란티노의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 영화를 보기 전, 가장 많이 찾아보는 것이 영화의 배경지식일 것이다. 샤론 테이트 살인사건은 유명하지만, 어디까지나 타국의 이야기이며, 또 꽤 옛날 이야기이기도 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솔직히 말하자면 배경지식을 알고 가면 훨씬 더 재밌긴 하다. 개인적으로 그 사건을 어느 정도 잘 알고 있어서 영화를 더욱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단순히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만 배경지식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배경지식이 있으면 관객들의 예상을 뒤엎어버리는 타란티노의 화끈하고 통쾌한 복수극을 훨씬 더 효과적으로 즐길 수 있다. 실화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오는 단점은 그에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실화를 재해석하고 재창조해 실화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오는 단점을 싹 날려버린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브래드 피트의 연기력은 정말 장난 아니다. 두 배우의 조합이 처음 등장한 만큼 나름 기대도 컸는데, 왜 그 둘이 이번 아카데미에서 노미네이트되었는지(그리고 브래드 피트는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는지) 알게 해준다. 약 2시간 40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러닝타임을 순식간에 지나가게 해준 것은 배우들의 역할이 크다. 샤론 테이트를 잘 연기한 마고 로비는 영화의 통쾌함과 함께 알 수 없는 아련함을 밀려오게 한다. 영화에서 샤론 테이트는 그저 맥거핀일 뿐이며, 헌사의 대상이다.


사실 이 영화에 이소룡을 비하하는 연출이 들어가 있다는 점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기는 하다. 악의적인 연출은 아니라는 목소리와 아직 인종차별이 만연하다는 주장이 서로 대립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소룡을 자신의 작품에서 오마주 하기까지 하는 쿠엔틴 타란티노가 그를 악의적으로 비하하는 연출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또한 그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도 상당히 좋아해, 아시안에 대해 차별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연출에 대해 어느 정도 경각심을 가지고 조심하기는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개인적으로 불편한 점은 아니었다.


타란티노 특유의 화끈한 매운맛 연출을 기대한다면, 이 영화는 약간의 실망감을 안겨줄지도 모른다. 생각보다 잔잔하게 흘러가며, 앞에서 말했듯이 타란티노의 색깔이 조금 옅어진 느낌이 들기는 한다. 다만 마지막 30분은 그의 통쾌한 복수극이 확실하게 드러나며, 중간중간 그의 웨스턴 사랑도 엿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생각한다.


샤론 테이트를 맥거핀으로 사용하면서, 새로운 캐릭터의 서사를 그려낸다는 점은 정말 좋다. 마지막 30분은 히피, 그 개새끼들에게 타란티노가 복수하는 방법이자, 샤론 테이트에 대한 그만의 진심 어린 헌사다. 타란티노 치곤 순한 연출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브래드 피트의 연기력이 돋보이는 작품,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다.




총점 - 9
히피 놈들에겐 복수를, 샤론 테이트에겐 헌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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